2라운드를 준비하자
2014년 04월 02일(수) 00:00 가가
심 상 돈
동아병원 원장
동아병원 원장
다행이다.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었던 파업이라는 방법을 쓰지 않고 싸움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실제의 핵심 사안은 의료수가의 현실화다. 의료계는 의료수가 현실화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이를 이해하려면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된 그 시절로 돌아가서 살펴봐야 한다.
1977년은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불을 달성 한 해다. 당시의 1인당 국민 소득은 1043달러였다. 이 정도의 국민 소득으로는 의료보험료를 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들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어 의료보험료를 징수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는 지금과 달리 월급을 계좌이체가 아닌 봉투로 받을 때라 보험료를 걷는 일도 어려웠다. 몰론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수준도 매우 낮았다. 그래서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했다. 그 당시 가입률은 10% 정도. 그로부터 12년 뒤인 1989년 7월 1일 도시 지역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 되었다. 다른 나라들의 의료보험 역사를 보면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 한 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하기 까지 독일 127년, 벨기에 118년. 급속한 근대화를 이룬 일본도 37년이 걸렸다. 독일은 우리보다 1년 빠른(?) 1988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되었다. 세계 신기록이다.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 정권이 밀어붙인 때문이다.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물가, 소득수준에 걸맞게 보험료는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저렴하게 하고 보장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 수가만 낮추면 되었다.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국가가 정한다. 200만원하는 수술비를 100만원으로 낮추면 보험료는 반으로 줄고 보장율은 3배가 된다. 실제로 그러 했을까 의구심이 들겠지만 1977년 정부가 결정한 의료수가는 관행수가(시중가격의 평균을 가리키는 용어)의 42%정도이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38%정도이었다. 충격적이다. 요즘 같은 민주화 시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하겠지만 그 시절은 검정 선글라스와 군화로 대표되는 유신시대여서 가능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의료계 대표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단지 언제 지켜질지 모를 ‘의료수가를 점점 현실화 시켜준다는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지고 그 뒤로 30여년이 흘렀다.
이번에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의료수가의 현실화를 액면 그대로 드러낼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의료수가 결정 권한을 가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구조 개편에 힘을 모아 구조 개편을 이루어 냈다. 현행 3분의 1에 불과한 의료계의 지분을 절반으로 늘렸다. 의료수가를 결정할 때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요구대로 의료수가 올라가면 건강보험료가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이걸 가만히 둘리가 없다. 건정심 개정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 되는 순간 민생을 앞세운 야당과 시민단체의 드센 반대가 예상된다. 국민들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 또한 엄청나게 커지리라 예상된다.
현 정부는 어떻게 하면 이 싸움에서 승리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 시민단체의 목소리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의료계를 ‘민생을 무시하고 자기네들의 뱃속만 채우려 의료수가를 인상하려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의료수가를 지금처럼 원가이하로 유지시키면 끝이다.
정부도 이제는 좀 솔직해 져야 한다. 현 정권의 의료관련공약을 그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30조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든다. 간병비, 특진료, 병실료를 보험화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동네의원은 점점 더 쪼들리고 어려워진다는 점과 원격진료와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면 결국 보험료는 인상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관련 지출은 GDP 대비 8%이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은 16%이다. 총액으로 따지면 2배가 훨씬 넘는다. 이 국가들의 의료지출비는 우리나라의 2배가 넘지만 환자의 자부담 또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45% 정도이다.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 하고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의료계도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어찌 보면 국민들, 환자들이다. 불편한 환자들을 의료계가 또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율 탓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과 시민단체에게는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의료계의 수가인상 요구 때문이 아닌 애초부터 잘못 만들어진 건강보험제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환자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국가와 싸워야 한다. 의사와 환자는 한편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좀 달라졌다. ‘싸움의 기술’을 배웠다. 겨우 길모퉁이 한 개 돌았을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길고 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부터의 싸움은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큰 그림을 그려가는 싸움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실제의 핵심 사안은 의료수가의 현실화다. 의료계는 의료수가 현실화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이를 이해하려면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된 그 시절로 돌아가서 살펴봐야 한다.
현 정부는 어떻게 하면 이 싸움에서 승리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 시민단체의 목소리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의료계를 ‘민생을 무시하고 자기네들의 뱃속만 채우려 의료수가를 인상하려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의료수가를 지금처럼 원가이하로 유지시키면 끝이다.
정부도 이제는 좀 솔직해 져야 한다. 현 정권의 의료관련공약을 그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30조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든다. 간병비, 특진료, 병실료를 보험화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동네의원은 점점 더 쪼들리고 어려워진다는 점과 원격진료와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면 결국 보험료는 인상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관련 지출은 GDP 대비 8%이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은 16%이다. 총액으로 따지면 2배가 훨씬 넘는다. 이 국가들의 의료지출비는 우리나라의 2배가 넘지만 환자의 자부담 또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45% 정도이다.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 하고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의료계도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어찌 보면 국민들, 환자들이다. 불편한 환자들을 의료계가 또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율 탓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과 시민단체에게는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의료계의 수가인상 요구 때문이 아닌 애초부터 잘못 만들어진 건강보험제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환자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국가와 싸워야 한다. 의사와 환자는 한편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좀 달라졌다. ‘싸움의 기술’을 배웠다. 겨우 길모퉁이 한 개 돌았을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길고 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부터의 싸움은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큰 그림을 그려가는 싸움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