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앉아 있는 자세가 가장 불편하다. 식당에 가서도 방에서는 식사를 못하고 식사 도중에 일어나지도 못한다. 이런 경우는 대개 허리 디스크에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앉아있을 때 디스크가 가장 많이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 간혹 ‘앉아서 일할 때는 아무렇지 않지만 걸음을 못 걷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사람이 앉아서만 살 수 있는가? 일어나가도 하고 걷기도 하고 달릴 때도 있다. 앉아서 일할 때는 괜찮으니 스스로 병이 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방치하는 경우이다. 앉아 있을 때는 아프지 않는데 걸을 때 아픈 경우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관이란 파이프와 같은 구조물로 척추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곳이다. 어떤 원인으로 이 관이 좁아지면 신경이 눌리는데 이것을 척추관 협착증이라 부른다. 척추관이 좁아져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기 때문에 다리가 전체적으로 터질 듯이 아프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 척추관은 일어서면 척추관을 감싸고 있는 인대가 안으로 밀고 들어와 척추관이 더욱 좁아져서 통증이 심해진다. 반대로 허리를 굽히거나 앉으면 인대가 팽팽해져서 척추관이 조금 넓어져 통증이 줄어든다. 따라서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서있거나 걷기가 힘들고 앉아서 쉬면 괜찮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척추관 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대개 이러한 경우는 양쪽 다리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는 신경공의 협착이다. 신경공이란 신경가지가 좌우로 나가는 작은 구멍을 말한다. 디스크 간격이 좁아지면서 신경공도 함께 좁아지는 것으로 ‘극외측 디스크’ 라고도 한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일반적인 디스크보다 심하며 대개 한쪽 다리만 아픈 경우가 많다. 극외측 디스크는 일반적인 디스크 진단 방법으로는 진단하기가 어렵다. 화질이 떨어지는 MRI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고화질 MRI를 촬영하면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세밀하게 촬영을 해야 발견될 수 있다.

척추관의 협착이든 신경공의 협착이든 먼저 진단을 해야 하는데 이때 MRI 검사는 필수적이다. 먼저 진단이 되면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소염진통제, 근이완제 등을 복용하는 ‘약물치료’와 초음파, 온열찜질, 견인치료 등의 ‘물리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보다는 ‘신경차단술’이 훨씬 효과적이다. 신경차단술은 MRI상 확인된 병변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대부분 이 치료에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오래 가지 않거나 증상이 계속 남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과 신경공 협착 등의 수술적 치료는 주로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척추신경관 감압술을 하게 된다. 전신마취가 아닌 척추마취만으로 가능하다. 약 2∼3cm 정도 피부를 절개해 수술용 현미경을 보면서 좁아진 척추관이나 신경공을 넓혀주고, 눌린 신경도 풀어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보통 허리 디스크 수술보다 간단하며, 시간도 더 적게 들며 합병증도 더 적다. 수술 후 회복단계에서도 디스크를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고 허리의 운동역학에 영향이 적어 디스크 수술보다 쉽게 치료가 된다.

어떤 병이든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완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앉아서 생활하면 괜찮으니 ‘서서 걷는 것만 줄이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병을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단 병원에 오는 것이 두렵고 수술해야 된다고 하면 어쩔까 하는 걱정으로 많은 분들이 병원 문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기립동물이며 두 발로 서서 걸어야 한다. 결국 인간의 중심축인 허리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100가지 치료방법보다 병이 생기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허리건강을 위해 바른 자세, 스트레칭, 규칙적인 걷기 등으로 허리 근육을 단련시켜 건강한 삶을 꾸려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