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36시간을 걸쳐서 탄자니아 가라투에 있는 마사이족 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저녁에 주민들과 영화를 보며 시간을 가졌다. 불빛 한 점 없는 캄캄한 밤하늘은 그야말로 별들의 천국이었다. 무수한 저 별들이 각자 자기의 궤도를 따라 정확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눈에 익은 북두칠성이 바로 앞에 있었고, 비단을 깔아놓은 듯한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질러 펼쳐있었다. 우리 눈엔 가까이 있는 것 같아도 별들은 몇 광년이나 가야할 만큼 먼 거리에 있다고 한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를 돌면 하루가 가고,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면 한해가 간다. 이것은 한 번도 변한 일이 없다. 계절도 그렇다. 겨울 다음엔 봄이 온다. 초목들이 물이 오르고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이 만발하여 사람들을 산과 들로 유혹한다. 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 추운 겨울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냈을까?

참 신기하다. 봄인가 하면 어느덧 여름이다. 무더위와 씨름하다 보면 선선한 가을이 온다. 나뭇잎들이 각양각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된다. 이런 질서를 누가 조정을 할까? 저절로 되는 걸까? 자연현상이라고 막연히 넘겨 버릴 일인가?

어느 날 바닷가 모래밭을 거니는데 예쁜 꽃신 한 짝이 파도와 함께 뒹굴고 있었다. ‘저 신발이 어여쁜 아가씨의 발에 신겨 있었더라면 한층 더 아름다웠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인 없이 모래밭에 뒹굴고 있는 신발은 아름답기보다는 처량해 보였다.

가정에서도 가장과 자녀의 역할이 각각 있다. 사회에도 직무에 따라 자신들의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치가 있고 존경을 받는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축구, 야구, 달리기 등 모든 경기에는 위치와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을 어기면 반칙이 된다.

우리 인간은 60억조의 세포로 되어있다고 한다. 오장육부가 있고 사지백체(四肢百體)가 있다. 각각 기능이 다 다르다. 자기들의 역할분담이 있는 것이다. 세포 하나에도 대단한 조직이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은 신묘막측(神妙莫測 )하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또 자식을 낳고 대를 이어가는 법과 질서를 누가 만들었을까? 생김새, 목소리, 머리카락, 습관까지 부모를 닮는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신기한 일이 아닌가?

60억이나 되는 전 세계 인구 중에서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 목소리도 지문도 다 다르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를 일이다. 저절로 된 일은 하나도 없다. 반드시 원인이 있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이다. 닭이 먼저일까, 아니면 달걀이 먼저일까. 알이 있어야 병아리가 생기고, 닭이 있어야 알을 낳는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방법이 있다. 바로 창조의 질서다. 신이 만물을 만들 때는 성체(成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이 입후보자로 나서고 있다. 내가 과연 그 자리에 적임자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적임자를 뽑아줘야 한다. 또 누군가를 뽑았다면 그 사람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도 창조의 질서를 바꿀 수는 없다. 거스르면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