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시간이 날 때면 TV프로 ‘러브인 아시아’를 즐겨 본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까지 세계 구석구석 꿈과 사랑을 이어가는 다문화 가족들의 이야기가 정겹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지만 결혼이민자로, 외국인 근로자로 우리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이웃이 된 그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통계청 조사를 따르면 한국체류 외국인이 2004년 71만여 명에서 2013년 157만여 명으로 10년 새 두 배나 늘었다고 한다. 국적별로 중국인이 가장 많고 뒤이어 베트남, 일본, 필리핀, 캄보디아 순이다.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시작한 국제결혼 증가와 외국인 근로자 이주는 우리 사회를 빠르게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다.

가끔 아내와 마트에 들르는 날이면 동남아에서 온 며느리들 서너 명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쇼핑하는 모습들을 본다. 그중에서도 월남에서 온듯한 며느리들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젊은 날 월남전에 참전해 그들과 접촉하면서 예절 바른 민족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즘 농촌 총각의 40%가 외국인 여자와 결혼하고 있어 다문화가정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까지 고려할 때 다문화가정이 맡은 사회적 역할은 무척 크다.

정부는 20년 후 한국농촌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우리 농촌을 지킬 다문화가정 2세들을 위한 특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영농교육을 통하여 농업 CEO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지자체부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다문화축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문화 축제는 그들의 문화를 표현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기들 모국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우리 문화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모범적인 다문화 가정의 사례를 발굴하여 다문화 축제장에서 표창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적응력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체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의 경우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바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각 나라말로 숫자 세는 법을 함께 배우기도 하고, 여러 나라 전통 의상을 입어보거나 전통 음식을 만들어 보는 등 문화 다양성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잘 발달해 있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뉴욕에서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교포 한 분을 만났다. 2, 30년쯤 지나면 한국 이민자 자녀 중에서도 미국 대통령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당차게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수많은 결혼이주여성과 이주근로자들이 한국사회의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차별과 편견 속에 사회부적응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과 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한국 사회의 불행이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란 신화에 갇혀 세계에서 화교가 뿌리내리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해외로 이주해간 우리 동포가 7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인들이 한울타리 안에서 공존하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재외교포들이 경험했던 고통의 시간을 우리가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에게 되풀이해선 안 될 일이다.

그들은 소위 한국인들이 꺼리는 기피 업종에 종사하면서 국내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나아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되는 데 이바지한 것도 사실이다. 2개국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다.

이제 시대착오적인 차별문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백인과 흑인, 동남아인 등 출신국가에 따른 이중적 잣대는 하루빨리 벗어 던져야 한다.

한 국가의 품위는 배려와 포용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지 않던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세계 시민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