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교정과에 근무하면서 주위 친척 및 지인들과 환자들로부터 여러 종류의 질문을 받아 왔다.

교정치료 비용은 얼마인지, 교정치료가 아프지는 않는 지, 임신 중에 교정치료가 가능한 지, 음주 및 흡연이 교정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지, 나이가 50이 넘어서도 교정이 가능한 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우리 아이의 교정치료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 지, 혹시 교정치료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 지에 대한 질문은 가장 흔하면서도 보호자들의 절실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른 질문들과 달리 바로 답해줄 수 없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한 부정교합의 원인이 존재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의 시기가 다르며, 더 나아가 아이들마다 그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정치료를 해오면서 어렵지 않은 교정치료는 없었던 것 같지만 더욱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점은 모든 환자가 모두 다른 부정교합의 원인과 정도를 가지고 있고, 환자마다 다른 골격과 골밀도, 치아 형태 및 크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안타깝게도 교정치료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교정학회에서는 90년대에 이미 교정치료 시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의 나이가 만 7세가 되면 교정검사를 받아보라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 정도가 되리라 생각한다. 왜 7세에 교정검사를 권장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을까? 바로 이 교정검사를 통해서 그 아이에 맞는 교정치료의 시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 7세가 되면 7세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사실이나 부정확했던 정보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며, 7세 이후에 검사를 하게 되면 7∼8세경에 꼭 필요한 교정 처치의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7세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일까? 첫 번째로 위턱(상악)과 아래턱(하악)의 성장 양상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턱(악골)의 성장은 아이들이 완전한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7세 때 상악과 하악의 모습이 성인의 얼굴을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7세 경 악골의 전후방 성장 양상이나 수직 성장 양상은 성인이 될 때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이 시기에 분석을 해 성장에 맞는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안면비대칭분석을 통해 비대칭적 성장양상도 파악이 가능하다. 특히 과거에는 2차원 방사선사진만을 가지고 시행하던 분석이 최근 치과용 콘빔씨티와 3차원 영상 카메라를 이용한 3차원 골격 및 연조직 분석법이 개발돼 매우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두 번째로 상악과 하악 치아의 발육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시기이다. 7세가 되면 일반적으로 사랑니라 불리고 있는 제3대구치를 제외한 모든 치아의 발육이 한 장의 파노라마 방사선사진을 통해 관찰, 분석이 가능하다. 치아의 결손이 있는 지 또는 과잉치가 있는 지, 치아의 맹출 방향이 정상인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시기이다.

세 번째로 치아와 악골의 크기를 비교해 영구치가 맹출할 공간이 충분한 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세가 되면 상악과 하악 모두 유치 최후방에 제1대구치라 불리는 매우 중요한 영구치가 제일 먼저 맹출하고 이어서 하악과 상악의 절치(앞니)가 나오게 된다. 맹출한 제1대구치와 앞니를 제외하고는 나머지의 치아는 모두가 유치다. 이 유치들이 있는 공간과 나중에 맹출할 영구치의 크기를 비교해봄으로써 향후 치아의 불규칙한 정도나, 나타날 수 있는 치아사이의 공간을 예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협조가 비교적 용이한 시기라는 점이다. 4∼5세의 어린 아이들이 치과를 방문해 치아모형을 위한 인상을 채득하고, 커다란 방사선 촬영기계에 홀로 서서 촬영을 한다는 것,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 틈에서 구강 검사를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교정검사를 받음으로써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교정치료의 시기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