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무감(無感)
2014년 04월 25일(금) 00:00 가가
김 관 수
천주교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지난 20일은 부활대축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고 삼일 후에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신앙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예수님의 성탄보다도 더 큰 대축제입니다.
이러한 부활사건을 잘 기념하기 위해 천주교회는 부활대축일이 있기 전, 40일 동안 평소보다 절제되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사순시기에는 휴가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그러한 것은 일반적으로 부활대축일 이후로 미루어 둡니다. 저 또한 연초부터 부활대축일 이후 휴가를 잡아 두었습니다. 하지만 4월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접하면서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19일 오후에 진도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8시에 진도 실내체육관 왼편에 마련된 천주교 기도천막에서 다른 두 분의 신부님, 그리고 실종자 신자가족 30여 분과 함께 부활성야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비로소 제 마음 한구석에 맺혀있었던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건 발생 4일째라 가족 모두 자녀의 생환을 기대하면서 간절히 기도를 드리던 모습들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때만 해도!
부활성야미사가 끝나고 천주교 기도천막에서 봉사를 하고 있던 6명의 청년을 만났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에서 참사소식을 접하고서 주말을 이용하여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하기 위해 진도로 달려온 이들이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예쁜 마음을 지닌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팽목항에도 천주교 기도천막을 설치할 수 있게 되어 하룻밤이 지나고 저는 그곳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천막설치업자를 기다리면서 실종자 가족실 앞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어머니 한 분이 길 가에 쪼그리고 앉아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언니, 나 꼭 내 아들 찾아서 돌아갈게! 꼭 찾아서 돌아갈게.” 수 없이 반복하는 그분의 절규를 들으면서 어느새 제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사건 발생 5일째! 육지도 아닌 바다 물속에서 생존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만은 그 어머니는 결코 자기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토록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제 안으로 스며들면서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적셨습니다. 왜 나는 바보스럽게도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기도천막이 실종자 가족실 A동 막사와 B동 막사 사이에 마련된 것을 보면서, 그들 가운데에 더 가까이 현존하면서 조용히 기도하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느꼈습니다. 사실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 이번 참사와 같은 경우에는 시신이 찾아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실의에 빠진 가족들을 위로하고 희망과 믿음의 끈을 결코 놓지 않게 하는 정서적이고 영적인 봉사가 더 절실합니다.
그러한 지향으로 시작된 팽목항에서의 기도천막에 23일까지 많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서울, 수원, 대구, 대전 등 각지에서 찾아오셨고, 매일 오후 4시에 미사를 봉헌하면서 실종자 가족의 아픔과 함께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왜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곳 팽목항까지 기도하러 오셨을까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이 온통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참사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 중 250명은 아직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들떠 여행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을 그들이 허망하게도 말 없는 주검이 되어 지난 일주일 간 부모의 마음을 그토록 애태우더니 하나 둘씩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는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 회식과 술자리를 자제하고, 오래전부터 잡아 두었던 여행과 5월의 각종 콘서트도 또한 줄줄이 취소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행위는 바로 이 엄청난 슬픔을 다 함께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그렇게 공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나게 큰 아픔의 사건인데도 모두가 다 똑같이 공감할 수는 없는가 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어느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막내아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두고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하였다죠? 또한 메신저 등을 통해 ‘실시간 속보 세월호 침몰 사망자’, ‘구조 동영상 보기’ 등의 문구로 현혹시켜 금전을 노리는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기도 하였고요? 국민의 눈이 세월호에 쏠려있는 것을 틈타 국회가 민감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도 하네요? 이런 행위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것들이겠죠? 세월호 희생자들보다 더 불쌍한 영혼을 지닌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부활사건을 잘 기념하기 위해 천주교회는 부활대축일이 있기 전, 40일 동안 평소보다 절제되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사순시기에는 휴가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그러한 것은 일반적으로 부활대축일 이후로 미루어 둡니다. 저 또한 연초부터 부활대축일 이후 휴가를 잡아 두었습니다. 하지만 4월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접하면서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19일 오후에 진도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언니, 나 꼭 내 아들 찾아서 돌아갈게! 꼭 찾아서 돌아갈게.” 수 없이 반복하는 그분의 절규를 들으면서 어느새 제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사건 발생 5일째! 육지도 아닌 바다 물속에서 생존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만은 그 어머니는 결코 자기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토록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제 안으로 스며들면서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적셨습니다. 왜 나는 바보스럽게도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기도천막이 실종자 가족실 A동 막사와 B동 막사 사이에 마련된 것을 보면서, 그들 가운데에 더 가까이 현존하면서 조용히 기도하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느꼈습니다. 사실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 이번 참사와 같은 경우에는 시신이 찾아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실의에 빠진 가족들을 위로하고 희망과 믿음의 끈을 결코 놓지 않게 하는 정서적이고 영적인 봉사가 더 절실합니다.
그러한 지향으로 시작된 팽목항에서의 기도천막에 23일까지 많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서울, 수원, 대구, 대전 등 각지에서 찾아오셨고, 매일 오후 4시에 미사를 봉헌하면서 실종자 가족의 아픔과 함께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왜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곳 팽목항까지 기도하러 오셨을까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이 온통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참사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 중 250명은 아직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들떠 여행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을 그들이 허망하게도 말 없는 주검이 되어 지난 일주일 간 부모의 마음을 그토록 애태우더니 하나 둘씩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는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 회식과 술자리를 자제하고, 오래전부터 잡아 두었던 여행과 5월의 각종 콘서트도 또한 줄줄이 취소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행위는 바로 이 엄청난 슬픔을 다 함께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그렇게 공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나게 큰 아픔의 사건인데도 모두가 다 똑같이 공감할 수는 없는가 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어느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막내아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두고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하였다죠? 또한 메신저 등을 통해 ‘실시간 속보 세월호 침몰 사망자’, ‘구조 동영상 보기’ 등의 문구로 현혹시켜 금전을 노리는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기도 하였고요? 국민의 눈이 세월호에 쏠려있는 것을 틈타 국회가 민감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도 하네요? 이런 행위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것들이겠죠? 세월호 희생자들보다 더 불쌍한 영혼을 지닌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