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의원에 오시는 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내원한다. 대부분 남성 혼자 오는 분들이 많지만 부인이 아이들을 앞장 세워 시위하듯 가족 전체가 병원 나들이 오는 분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대부분 남성 피임을 위한 정관 수술로, 이렇듯 가족 단위로 내원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내원 이전부터 부인으로부터 수술을 권유받았겠지만 통증에 대한 공포와 더 이상 남성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두려움에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부인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오는 남편들의 가여운(?) 모습일 수도 있다.

8∼90년대까지는 국가적 산아제한 정책으로 비뇨기과 병의원 이외에도 가족계획협회등 다양한 기관에서 피임 수술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뤄졌었고, 예비군 훈련 면제 조건을 대신 하는 등으로 유도돼 심지어는 무료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출산 장려 정책으로 피임을 위한 정관 수술은 의료 보험이 적용되던 수술에서 7∼8년 전부터 비보험 수술로 분류돼 시행되고 있다.

피임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영구적인 방법으로는 여성의 난관결찰술과 함께 남성의 정관수술(결찰수술)이 대표적이다.

가끔 정관수술을 하지 않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면 부인이 대신 수술했다고 하는 분들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남성의 수술에 비해 여성 피임수술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우며, 여성 건강에 비춰봤을 때 그리 추천되는 방법은 아니다.

정관수술은 국소 마취로 10∼15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으며, 수술후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하며 여성의 수술에 비해 경제적이고 간편한 방법이다. 부부가 더 이상 자녀를 원치 않는 경우 가장 경제적이고 간편한 피임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중요 예민한 부위의 국소 마취에 대한 두려움과 칼을 댄다는 우려로 겁이 많은 남성들은 쉽게 병원 문턱을 넘어 오지 못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음낭 피부를 수술칼로 절개하는 대신에 특별히 고안된 수술기구를 이용하여 2∼3mm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고 정관을 바로 분리해 낸 다음, 정관을 자르고 묶는 무도(無刀)정관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피부 절개창이 없기 때문에 피부 봉합이 따로 필요하지 않으며, 따라서 실밥제거의 필요성도 없어 1회 방문으로 편리하게 할 수가 있다.

통증 때문에 망설여지는 분들은 수면위내시경을 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수면 마취로 유도해 편안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간혹 묻는 질문 중에 수술후에 정액량이 감소되지 않는 지를 물어 보는 분들이 있는데, 수술로서 차단되는 정액에서 정자의 비중은 1% 미만이며 정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립선액(30%)과 정낭액(70%)은 차단되지 않으므로 정액량이 줄어들어 사정이 잘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우려는 없다고 볼 수가 있다. 사정시의 오르가즘도 변화가 없으며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은 정자의 통로인 정관이 아닌 혈관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므로 수술 후 정력이 감퇴된다는 속설도 맞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피임 효과는 수술 후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보통 12번 정도의 사정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야 정액에서 정자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이미 정관을 거쳐 전립선과 정낭에 머무르고 있는 정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후 2∼3개월 후 정액검사를 해 무정자를 확인 후 비로소 자연피임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