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 그만 있고 엄마 아빠한테 와. 집에 가자.”

진도 세월호 침몰 참사현장에서 어느 실종자 가족 부모가 쓴 편지 내용이다. 차디찬 바다 한가운데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의 애끊는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언젠가 방송에 출연한 초대손님이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십 년 전 사고로 중학교 2학년이던 자녀를 잃었을 때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 애가 끊어진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통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순간순간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으로 평생 큰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게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경이라고 울먹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어떤 것으로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자녀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과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와 고통을 표현할 길이 없다. 더욱이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꿈을 펴 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희생 영령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송두리째 잃은 슬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족들이 당한 큰 슬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함께 아파하고 고통을 나누려는 국민들의 마음이 진도 참사현장으로, 조문행렬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진도 참사현장에 취재와 자원봉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분홍조끼를 입은 원불교 봉사자들이 ‘빨래 도와드립니다’라고 적힌 보드판을 들고 실종자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넋을 잃고 앉아있는 가족들, 앉아있을 기운조차 없어 누워있는 분들, 그러다가도 무슨 소식이 있나 하고 TV화면과 출입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가족들 앞에 봉사자들은 차마 말을 건넬 수 없어 글을 택했다.

‘빨래 도와드립니다.’

기다림에 지쳐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옷을 갈아입을 여력조차 없던 실종자가족들이 보드판의 글을 보고 내어준 빨래를 깨끗하게 세탁하고 볕에 말려 반듯하게 개어서 다시 가져다 드리는 일이다. 행여 가족들의 빨래가 분실되거나 바뀌는 일이 없도록 원불교 ‘봉공회’ 회장은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몇 차례 신신당부를 한다. 세월호 침몰참사가 일어난 다음날 새벽부터 진도 현장에 내려와 때로는 천막에서 잠을 자며 봉사에 여념이 없는 봉공회 회원들. 이들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실종자가족이나 다른 봉사자들이 찾아 왔을 때 언제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부스를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봉사와 아울러 팽목항과 원불교 진도교당에서는 실종된 분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하고 희생영령들의 해탈천도를 염원하는 기도식이 매일 세 차례씩 열리고 있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최대한 말을 아끼며 현장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기도식에 임하던 어느 봉공회 회원이 인터뷰과정에서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자식을 키우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라고….

물질만능에 현혹된 인간의 욕심과 탐욕이 가져온 뼈아픈 이번 참사를 통해 모두가 참회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겠다. 또한 온통 눈물로 얼룩진 대한민국이 큰 슬픔을 당한 가족들을 끝까지 감싸안고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도록 뜨거운 심장 박동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었으면 한다.

그 길만이 미처 떠날 준비도 없이 부모와 가족의 품을 떠나 황망한 죽음을 맞이한 영령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