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의 눈물은 큰 역할을 한다. 어떠한 말보다도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은 “눈물 속에 신성함이 들어 있다. 눈물은 만 개의 혀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 삼국지에도 눈물이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유비의 눈물과 조비의 눈물을 들 수 있다.

유비는 ‘눈물의 통치학’으로 정국의 고비를 넘긴 것으로 유명하다. 눈물 연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유비는 조조나 손권처럼 든든한 후원세력이 없었다. 오직 민심만이 자신의 원군이였기에 ‘눈물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조조의 아들 조비의 경우도 후계자 경쟁에서 눈물이 큰 역할을 했다. 조조가 출정할 때, 경쟁자 조식은 수려한 문장으로 부친의 공덕을 찬미하여 조조를 흡족하게 했다. 반면에 문장력이 뒤지는 조비는 조조 앞에서 정신이 아찔하도록 목놓아 울었다. 결과는 조비의 한판승이었다.

최근 10여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눈물은 아무래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눈물과 박근혜 대통령의 2004년 눈물을 꼽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눈물을 흘리는 TV광고로 유권자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잔잔한 감동을 줬던 그 광고 카피는 ‘이 눈물 한 방울이 세상을 바꾼다’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전멸 위기를 눈물로 구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몰리자 박 대통령은 정당 대표 TV연설을 통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 달라”며 눈물의 호소를 해 당을 기사회생시켰다. 50석도 못 얻을 것이라고 했는데 121석을 확보했다.

눈물이 모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강행군인 선거 일정 속에 “머리 손질은 누가 도와주냐”는 질문을 받자 “쉽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힐러리 캠프는 미국판 철의 여인이 그토록 바라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줬다고 반겼다. 그렇지만 지지율을 일시 만회했을 뿐 “대통령에 오를 만큼 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줘 결국 패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황산성씨 1993년 2월 여성 첫 환경처장관에 발탁되며 관심을 받았으나 그 해 4월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지적에 흥분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그 후 “그리 나약해서 장관직을 수행하겠느냐”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고, 울보 이미지를 벗지 못한 황 장관은 그해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2011년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무릎을 꿇고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했지만 민심은 끝내 그의 주장을 외면했다. 서울시장직을 내놓겠다는 승부수도 통하지 않았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가 2004년 발표한 논문 ‘정치인의 눈물과 이미지 형성에 관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정치인의 눈물은 따뜻하고 이타적인 개인 성품 이미지를 고양시키지만 공적인 이미지인 지도력 이미지와 호감 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치적 상승세일 때 정치인의 눈물은 유권자의 호감을 증대시키지만, 하향세일 때는 급속도로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정치인의 눈물 효과는 상황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낼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이 난지 34일만에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사고 13일만인 지난 4월 2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간접 사과를 한 뒤 5번째 사과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가는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