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은 지난해 11월24일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했던 ‘신앙의 해’를 폐막하면서 발표되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번째 권고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월15일 번역본이 출간됐습니다. 성직자와 수도자가 독자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복음의 기쁨’은 발행 2주 만에 2만 부의 주문량을 기록할 만큼 현재 한국 천주교회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권고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현대 세계의 경향과 도전 과제, 복음 선포의 원리와 방법에 대한 제안 그리고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에 대해 깊이 있게 숙고하시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강력히 비판하고 계십니다.

특히 ‘복음의 기쁨’ 53항에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배척이고 무엇이 불평등한 것입니까? 나이가 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바로 배척이고,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 바로 사회적 불평등입니다. 오늘날 모든 것은 경쟁의 논리와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 놓이게 되면서,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배척되고 소외되고 있습니다. 인간을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배척된 이들은 더 이상 사회의 최하층이나 주변인이나 힘없는 이들이 아니라, 사회 밖으로 쫓겨난 이들, 즉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버려진 사람들! 문득 세월호에 버려진 250명의 어린 학생을 포함한 302명의 희생자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기관실 선원들이 그 통로 앞으로 지나치면서도 차갑게 외면해 버린 2명의 부상당한 조리원들! 마치 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듯합니다. 또한 자신들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승무원실로 다시 돌아가 제복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여유까지 부리면서도 선내 방송에는 계속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말만 반복시켜 급격히 침몰하는 배에서조차도 구조만을 기다렸던 순진한 학생들과 승객들! 그리고 KBS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와 언론 통제로 말미암아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버림받은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 모두는 민주주의 사회 밖으로 쫓겨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분들만 버림받은 것일까요? 세월호는 침몰 당시 승용차 124대, 화물차 56대 등 차량 180대를 실었다고 언론에서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에 차량 180대를 적재했다는 말은 곧, 운전자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사고 당시 세월호에 승선했다고 발표된 승객수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아시듯이, 총 승객수 476명 중 안산 단원고 학생이 325명, 인솔교사가 14명, 승무원이 33명 그리고 일반 승객이 104명입니다. 여기서 학생들은 운전을 할 수 없고, 인솔교사들도 학생들과 함께 승선하였으니 세월호에 적재된 차량 운전자와 무관할 것입니다. 또한 승무원들도 개인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고, 일반 승객 중에는 환갑을 맞은 동창모임 등 단체여행객들도 있었으니 이들도 버스나 승용차 등을 이용하여 함께 이동하였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들이 현재 알고 있는 실종자는 16명이 전부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더 철저히 저 바다 깊고 어둡고 차가운 곳에 버려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이 땅에서 그러나 생명이 이렇게 쉽게 버려질 수 있다는 것에 경악하면서 “배척의 경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경고를 우리는 필히 귀담아 들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