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결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외형적으로는 무승부를 기록한 듯 보인다. 그러나 선거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고, 세월호 정국의 한 복판에서 치러지는 등 민주개혁진영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성적표는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 것이엇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서울, 경기, 부산 등 13개 지역에서 진보 개혁적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었는데 이게 바로 선거 당시 국민의 일반 정서였다. 한 마디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압승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빗대어 당이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하지 않고 대신 집중하지 않아도 될 곳에 집중한 비정상적인 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평가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당선은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이요 광주시민 모두에게 값비싼 대가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가 여전히 애매모호한 것처럼 윤장현 당선자의 ‘새 정치, 새 인물’이라는 구호 역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믿고 막연한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윤장현 당선인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시민들의 이런 특별한 선택에 부응해야 한다. 전략공천 논쟁으로 인해 정책선거가 실종되어버린 이번 선거의 특성을 고려하여 조속히 광주발전의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호남당 탈피론을 펼치곤 했던 지난날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인들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개혁진영의 집권을 위해 지역정치를 희생시켰다. 지난 대선 직후 그리고 이번 선거를 앞두고 호남인들 다수는 호남이 더 이상 중앙정치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위해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표출했지만 선거 결과는 역시 과거와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면 광주시의회의 경우 지역구 당선자 100%가 새정치민주연합 쪽 사람들이다. 지역구에서 통합진보당 출신 의원 1명을 당선시켰던 4년 전보다 더 후퇴한 모습이다. 구청장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쪽 사람들인데, 구의회까지도 새정치민주연합 출신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구의원 후보들 중에는 동네에서 주민운동을 전개하며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에 앞장섰고, 그래서 언론과 시민사회에 의해 좋은 구의원 후보로 추천받은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낙선했다. 대부분의 선거구가 2∼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였는데도 말이다. 기초 자치단위의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시민들은 이번 선거 때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모르겠다. 의회정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 이런 도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런 광주를 가리켜 과연 ‘민주화의 성지’이며 전략적 선택에 탁월한 도시라고 계속 부를 수 있을까?광주가 진정 민주화의 모범 도시로서 자부심을 가지려면 일상적 삶속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시민사회를 비롯하여 민주개혁진영이 전략공천 논쟁으로 인해 유례없는 대립과 갈등을 겪었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이점을 직시하며 지역사회의 통합에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윤장현 당선자 주변에는 다행히 참신하고 정직한 조언자들이 많다. 그렇더라도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변화라는 키워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전임 시정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은 보완 시정하는 ‘계승과 변화’의 균형 잡힌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또 하나 ‘변화와 새 정치, 새 인물론’은 이번 시장 선거 한번으로 끝맺음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보궐선거를 비롯하여 2년 후 실시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새로운 인물 찾기가 계속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략공천의 진정성이 입증될 것이며, 광주를 비롯하여 호남이 다음 대선에서 계속 새정치민주연합의 거점지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