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예수님은 당신께서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이 반성하거나 회개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서 이렇게 꾸짖으셨습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마태 11, 21)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대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두 달하고도 4일이 지나갑니다. 실종자 수습이 늦어지면서 아직 12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성하는 목소리로 이번 대참사의 배경에 우리의 철저한 망각이 있었음을 깊이 통감해야 하겠습니다. 과거의 대형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침몰 또한 온갖 종류의 ‘관피아’로 지칭되는 일련의 구조적인 폭력과 부정부패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번 잊고 살았고, 그래서 이번에는 무고한 영혼들 특히 수많은 청소년들을 저 깊고 어두운 바다에 무참히 수장시키고 말았습니다. 유가족을 포함해 이번 사건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청해야 합니다.

세월호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생명의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의 책임을 깨닫게 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수년간 찾아다녔지만, 그들과 삶을 나누지는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합니다”라고 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그분의 고백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음에 부끄러울 뿐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 각자도 나름대로 실천의 목소리를 내야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공익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민영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생명을 경시하고 물질만능주의를 맹신하는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가 얼마나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는지를! 진실이 왜곡되고 불의가 자행될 때, 침묵하고 외면했던 우리의 무책임한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제 2, 제 3의 세월호 대참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결코 망각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계속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큰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서 계속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자신이 바다에 뛰어 들어 배가 더 기운 것 같다’고 자책하는 생존자 학생! ‘착한 2학년들의 담임 경쟁에서 떨어져 속상했는데, 사건 직후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에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는 단원고 선생님! 살아났거나 살아 있어도 모두가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계속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해야 하겠습니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실종자가족 곁에서 온 마음으로 함께하며 끝까지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희생자가족들과 끝까지 연대해야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생명과 정의의 편에서 끝까지 현존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코린토에서 선교를 하던 바오로 사도에게 어느 날 밤 이렇게 이르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사도 18, 9∼10)

특별히 세월호 대참사로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심연의 절망 속에서도 결코 꺾일 수 없는 굳건한 희망을 말해 주십시오. 여러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열정과 표현과 방식으로 무력하고 죄책감의 깊은 늪에 빠져 있는 이 사회에 희망의 목소리로 외쳐 주십시오. 생명의 하느님께서는 청소년 여러분을 통해 비통의 세상을 정의가 꽃피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참 세상으로 탈바꿈하고 싶어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죽음의 문화를 결코 외면하거나 침묵하지 마시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