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誤審)과 오판(誤判)
2014년 06월 23일(월) 00:00 가가
박 상 현
광주지방법원 판사
광주지방법원 판사
월드컵 열기에 다소 밀린 듯한 느낌이지만, 700만 관중의 시대를 맞이한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겁다. 4연패를 노리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2년차 신생구단 또한 우승을 노리는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거액을 들여 FA를 꽤나 영입했음에도 성적이 신통치 못한 구단도 있다. 그런가하면 사상 유례없는 타고투저 시대를 맞이하여 큰 점수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일궈내는 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자주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관중들에게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오심’ 논란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지만 오심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끊기거나 상대팀에게 넘어가고 때론 결정적인 오심으로 인해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오심논란으로 프로야구에선 비디오판독 도입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포츠 중계기술의 발달로 잘못된 심판 판정이 카메라에 담기고 이것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됨으로써 인터넷이나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프로야구, 더 나아가 스포츠 세계에서의 오심 논란과 마찬가지로 재판과 관련하여서는 종종 ‘오판(誤判)’논란이 일기도 한다. 민사소송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형사소송에서의 오판은 그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시국사건과 관련된 오판 논란이 많았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에 따른 허위자백이나 위헌적 법률규정의 적용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라 우리 사법사에 있어서 암울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로 구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오판 논란은 여러 번 있었다. 과거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건이 DNA검사 등 과학적 수사기법의 발달이나 진범의 체포 등으로 인하여 사후 구제된 경우가 꽤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오판 논란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었던 사건이‘O.J. 심슨(Simpson)’사건이다.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O.J. 심슨이 그의 전처와 전처의 남자친구를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건인데, 형사재판에서는 무죄평결을 받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당시 미국의 상당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O.J. 심슨이 살인범이라고 생각했지만 배심원들의 무죄평결로 인해 배심재판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오판을 시정하기 위해 상소(上訴)제도와 재심(再審)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재판도 신이 아닌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오판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스포츠에 있어서 심판은 찰나의 순간을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카메라에 잡힌 느린 화면으로 보면 그 심판의 판단이 오심이었는지 여부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의 판결도 판사가 증거에 관한 가치판단을 잘못하여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법령해석을 잘못하여 오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재판에 있어서의 오판은 스포츠에 있어서 오심과 달리, 그 판결에 이르게 된 소송 과정과 소송법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인 경우가 상당수 있다. 가령, 원고가 피고에게 3,000만 원을 빌려 주었다는 사실이 당사자 사이에서는 명백한 객관적 사실인데도 피고가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사건에서, 차용증도 없고 현금으로 건네주어 금융거래내역도 존재하지 않으며, 돈을 빌려 준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면, 돈을 빌려 준 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는 이상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위 경우에 있어 판결 자체는 객관적, 실체적 진실에 반하더라도 위 판결을 두고 오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형사에 있어서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이 입증되어야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 하더라도 입증 부족으로 무죄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오판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본 O.J. 심슨 사건에서도 무죄평결이 내려진 것을 두고 형사 증거법원칙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입증의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한 평결로서 오판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법률가들도 상당수 있다.
오판을 방지하고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판사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 항상 근거를 남기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의 생활습관(물론 갑을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거나, 서로 믿으면 되지 굳이 문서로 남길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국민정서상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열심히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법조직역 종사자들, 철저한 기록 파악과 소명의식으로 무장된 판사들 모두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질 때 오판은 줄어들 것이다.
프로야구, 더 나아가 스포츠 세계에서의 오심 논란과 마찬가지로 재판과 관련하여서는 종종 ‘오판(誤判)’논란이 일기도 한다. 민사소송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형사소송에서의 오판은 그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시국사건과 관련된 오판 논란이 많았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에 따른 허위자백이나 위헌적 법률규정의 적용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라 우리 사법사에 있어서 암울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로 구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재판에 있어서의 오판은 스포츠에 있어서 오심과 달리, 그 판결에 이르게 된 소송 과정과 소송법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인 경우가 상당수 있다. 가령, 원고가 피고에게 3,000만 원을 빌려 주었다는 사실이 당사자 사이에서는 명백한 객관적 사실인데도 피고가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사건에서, 차용증도 없고 현금으로 건네주어 금융거래내역도 존재하지 않으며, 돈을 빌려 준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면, 돈을 빌려 준 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는 이상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위 경우에 있어 판결 자체는 객관적, 실체적 진실에 반하더라도 위 판결을 두고 오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형사에 있어서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이 입증되어야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 하더라도 입증 부족으로 무죄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오판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본 O.J. 심슨 사건에서도 무죄평결이 내려진 것을 두고 형사 증거법원칙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입증의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한 평결로서 오판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법률가들도 상당수 있다.
오판을 방지하고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판사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 항상 근거를 남기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의 생활습관(물론 갑을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거나, 서로 믿으면 되지 굳이 문서로 남길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국민정서상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열심히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법조직역 종사자들, 철저한 기록 파악과 소명의식으로 무장된 판사들 모두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질 때 오판은 줄어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