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나 ‘과메기’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이는 모두 특정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되는 용어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언제부터 다른 지역 사람들을 ‘홍어’나 ‘과메기’라고 부르며 적대적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역사적으로 볼 때 지역감정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삼국시대 국가 간 영토 확장 또는 통합과정에서 비롯된 경쟁과 대립에서부터 유래되어 통일신라 이후 더욱 심화 되었고, 그 후 고려 태조 왕건의 호남 지역민 등용제한과 조선시대 선조 22년 전주에서 일어난 정여립의 난 등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역감정의 유래를 살펴보면,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소외로 발생한 경제적 격차는 영·호남간의 적대감정과 지역편견을 더욱 심화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되기 이전인 1960년의 일인당 소득은 경상도가 8395원인 반면 전라도는 7518원으로 두 지역 모두 전국 평균 9482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개발계획이 실시되고 성장기에 접어든 1970년에는 경상도 지역이 8만4634원인 데 비해 전라도는 약 2만5000원이 떨어진 5만8919원에 불과하여, 경상도 지역 경제개발이 전라도 지역보다 우선되고 집중되었으며,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가 엄연히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1971년 제 7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각종 선거 때마다 이러한 지역감정의 문제가 표출되었습니다. 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 결과를 보면 박정희 후보는 영남에서 72%, 호남에서 36%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김대중 후보는 영남에서 28%, 호남에서 64%의 지지율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지지성향이 갈리는 경향은 그 전의 선거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지역감정은 정치적 측면, 경제적 측면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문제이지만, 우리는 이제껏 이를 도의적 차원에서 ‘그러면 안 된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상에서 난무하는 악성 댓글들을 보면, 이제는 지역감정의 문제가 단순히 ‘도의적 차원’이 아니라 ‘법적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국에서는 1965년 인종차별법이 제정된 이래로, 인종차별적 발언 자체를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이 제정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국에서 ‘인종차별’의 문제가 국민의 통합을 저해하는 사회적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지역감정의 문제 또한 위와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은 이로 인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겨서,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입니다. 경제학에서는 규제는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효용의 감소를 야기한다고 가르치지만, 지역감정적 발언은 규제한다고 해서 사회구조적 비효율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와 같은 규제와 함께, 지역감정에 대해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갖춘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