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에게는 강력·성폭력·교통·환경·의약 등 각자 맡은 전담분야가 있다. 올해 나에게 주어진 전담분야 중 하나가 ‘피해자지원’이다.

검찰청에서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범죄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당하고도 피해변제를 받지 못한 유족 등에게 구조금을 지급하고,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 등의 피해자가 되어 종전 주거지에서 생활이 어려워진 피해자에게 이전비를 지원하고, 성폭력 또는 아동학대 등을 겪은 피해자를 위한 예술치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스마일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생계비·치료비·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상담 및 심리치료 등을 지원한다.

필자는 피해자지원 전담검사로서 유족구조금 신청자에게 신청적격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구조심의회에 심의위원으로 참석하여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데 적정한 사안인지, 사건의 경위를 고려하여 지원금을 가감해야 하는 사안은 아닌지를 검토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담위원들을 상대로 수사 및 재판절차에 대해 강의하는 등의 역할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가정폭력을 당하고 집으로 들어갈 수 없는 피해자에게 생계비와 임시거처를 지원한 사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나 현장을 정리할 방법이 없던 피해자에게 특수용역업체를 통한 현장청소 및 긴급생계비를 지원한 사례, 가해자를 알 수 없는 묻지마 폭행의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한 사례, 범죄피해가정의 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한 사례 등 다양한 지원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그동안 검사실에서 무수한 형사사건들을 처리해 오면서 내가 조사한 사실관계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것일지, 결론이 적정한지, 어떻게 피의자의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것인지를 주로 고민해 왔었다. 그러나 피해자지원 전담검사로 일하면서 ‘피해자에게 범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그로 인하여 파생된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외에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까지도 이전보다 더욱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되었다.

얼마 전 어음금 편취 사기 사건의 피의자, 고소인, 참고인을 대질 조사한 적이 있다. 오후 내내 이어진 장시간의 조사가 끝나자 참고인이 내게 다가와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 “예전에 제가 피해자로 고소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었다. 충분한 이야기를 못했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비록 참고인의 입장이었지만 검찰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어 그 동안 가졌던 억울한 마음과 검찰에 대한 오해가 풀렸고, 검찰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을 받고 검사실을 나서는 참고인을 보면서 검사실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피해자지원이 피해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계비 등을 지원받은 여러 피해자들 역시 금전적인 보상 뿐 아니라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을 함께 해주는 이가 있다면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건 피해자들의 마음을 더 공감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검찰의 일원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