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광주지검 형사부 검사로서 교통, 안전사고 전담을 맡고 있다. 교통전담이야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교통사고·뺑소니·음주운전 등 사건을 다루는 것이니 그 개념이 쉽게 와 닿지만 안전사고 전담은 어떤 사건들을 다루는 것인지 딱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안전사고’는 사전적으로 ‘공장이나 공사장 등에서 안전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 따위로 일어나는 사고’를 뜻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검찰청에서 다루는 안전사고 사건은 공장, 공사장에서 근로자들이 불의를 사고를 당해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경우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 광주지검 관내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 광산구 헬기 추락 사고 등 몇 년에 한번 발생할까말까 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는 수백명의 어린 생명들이 유명을 달리 했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전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만큼 피해가 너무나도 컸다.

아직도 사건 발생일인 2014년 4월 16일 아침을 기억한다. 광주지검 안전사고 전담검사로서 부장님의 지시로 해남지청에 급파되어 사건 수습을 돕다가 오후에 사건 관할이 목포지청으로 이관되었다는 말을 듣고 목포지청으로 이동할 때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승객들이 구조되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목포지청에 도착하고 나서, 학생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승객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정말로 눈앞이 깜깜했다.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눈시울만 자꾸 뜨거워졌다.

그 뒤로 50일간 목포지청에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 및 회사 관계자 등을 조사하면서 정말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느끼게 되었다. 470명이나 되는 사람이 타고 있는 배에, 오로지 돈을 더 벌기 위해 그렇게 많은 자동차와 화물을 실으면서도 그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큰 배가 옆으로 넘어져 결국 침몰하는 말도 안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선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선원들, 회사 관계자조차 평소 ‘설마 무슨 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만연히 화물을 계속 더 싣기에 바빴다. 하긴 나조차도 몇 년 전 페리선을 타면서 자동차도 함께 배에 실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갑판 위에 내 자동차를 단순히 주차만 하고 묶지 않은 것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자동차를 묶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배라는 것은 파도가 쳐 잠시 기울었다가도 원래 상태로 금방 돌아오고, 또한 자동차가 한쪽으로 쏠릴 정도로 많이 기우는 것은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상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 배 안에 있던 모든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연안 여객선의 화물과 자동차를 철저히 고박하고 있다고 들었다.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 그 결과 화물과 자동차의 적재 및 하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리 모두가 안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기꺼이 노력과 비용을 들인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택시 뒷좌석에 올라타니 ‘전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주십시오’라는 멘트가 새삼스럽게 귀에 들어와, 택시에서 처음으로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 보았다. 역시나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나부터도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사회는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