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기분입니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40대 남성 만성 B형간염 환자가 최근 필자에게 한 말이다.

아직까지 만성 B형간염은 완치 가능성이 높은 질환은 아니기에 낙담이 크다고 했다. 이 환자는 태어나면서 출산과정에 어머니로부터 만성 B형간염을 물려받은 수직 감염환자다. 줄곧 바이러스 보균자로 지내다 올 초 회사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바이러스제를 용법·용량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치료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말을 덧붙였다. “만성 B형간염 치료는 긴 과정이지만, 이길 수 있는 싸움입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실제로 만성 B형간염 치료는 현재와 같이 바이러스 억제력이 강력하고, 치료 방법이 편리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매우 힘겨운 싸움이었다.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간에 상처가 생기면서 간 표면이 딱딱해진다. 이를 ‘간 섬유화’라고 하며, 간암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간경변은 간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다. 실제로 국내 간암 환자 10명 중 7∼8명이 만성 B형간염 환자다.

과거 항바이러스제 개발 전에는, 의료진들도 속수무책으로 만성 B형간염이 간경변으로, 간경변이 간암으로 악화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전세는 1차적으로 역전되었다.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여 병의 자연경과를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점점 발달하면서, 장기간 치료에도 내성 발현율이 낮은 치료제가 등장했다. 그 결과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2013년 미국 간학회에서는 장기간 항바이러스 치료시 한 번 손상된 간도 다시 원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최근의 만성 B형간염 치료는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 됐다. 만성 B형간염 환자라도 지속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서 정기적으로 내원하여 치료경과를 모니터링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검사를 통해 본인이 만성 B형간염 환자인 지를 확인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것이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치명적인 간질환 및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이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관련 여러 임상 연구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에서 탄생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병법서인 손자병법에는 ‘이길 수 있는 싸움에 임하는 것’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중요한 가르침으로 전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 지는 모르나 만성 B형간염 환자로 알려진 일본 굴지의 IT 기업 소프트뱅크의 재일교포 CEO인 손정의 회장도 간염으로 일에서 물러나 치료를 받아야 했을 때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신생아 백신접종사업을 통해 수직 감염환자들은 크게 줄었으나 아직도 국내에는 약 200여만명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만성 B형간염과의 싸움은 이제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당부하건대 정기 검진과 항바이러스 치료,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해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