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막을 내린 TV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인공인 극작가 장재열(조인성 분)은 환시와 환청을 경험하고 현실과 착각을 구분하지 못하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앓는 것으로 그려졌다.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주인공은 결국 병을 극복하게 되고, 결혼하여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불륜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고서도 따뜻하게 극을 그려내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냈고,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 다룬 바 없는 조현병을 중심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드라마였다.

극 중 대사에서도 나오듯 조현병은 100명 중 1명이 앓는 병으로,한 아파트에 5000명이 산다면 그 중 50명이 앓고 있는 드물지 않은 질병이다. 더 나아가 질병이 주는 사회경제적 장애와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부담이 가장 큰 질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조현병 치료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일은 그간 드물었고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되어 왔다.

‘조현’은 ‘현을 고른다’는 뜻으로, 현악기의 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 뇌의 신경구조가 무슨 이유에선지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정신적 혼란스러움이 찾아온다는 의미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교정해주는 약물복용과 심리사회적 도움으로 치료될 수 있다. 악기가 튜닝되면 다시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로 회복될 수 있는 병이다.

드라마에서는 조현병을 불치병이 아니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난치병이자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고 표현하였다. 최근에는 조현병을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1∼4기로 나눠 구분하는데, 이는 병기에 따라 치료 반응과 경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치료가 늦어질수록 치료 반응이 좋지 않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치 내시경으로 위암이나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전신마취나 개복 없이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지만 통증이 시작된 뒤 암을 늦게 발견하면 배를 열고 위나 장을 절제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조현병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기간과 정도를 단축하고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모든 질병에는 적절한 치료 시기가 있는데,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은 1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병이 시작된다. 따라서 청소년과 청년 시기에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호주에서는 최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적극 확대되고 있다. 조현병 발병의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조기 정신증 예방 및 중재 센터’의 확대에 호주 정부는 5년간 2억 5천만 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해 2011년부터 집행하고 있다. 일반 성인과 노년층을 위한 정신보건 서비스 예산과는 별도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막대한 정신보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조현병이 만성화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조기 치료하는 것이 결국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다 경제적이라고 호주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서구 다른 나라에도 적극 확대되고 있다.

예방보다 더 큰 효과가 있는 치료방법은 없다. 이는 정신건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강해 치료 시작 시기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늦다.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 빠지는 조현병은 정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과 뇌신경이 잠시 아픈 것일 뿐이다. 늦기 전에 전문가를 만나 아픈 것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질환도 다른 신체질병처럼 초기에 집중적인 치료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정신장애에 대한 후진적인 시각과 정신보건 체계가 이제는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