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대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걸까.

목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이 잇따르지만 관계 당국이 실효성 있는 자살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목포대교를 관리하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광주국토관리 사무소, 한국시설안전공단 목포사무소, 목포시, 목포해양경찰, 목포경찰 등이 자살 사고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21일 목포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8시30분께 택시를 타고 목포대교를 지나던 A(24·목포시)씨가 기사의 만류에도 불구, 하차한 뒤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경찰은 목포대교 개통(지난 2012년 6월) 이후 현재까지 모두 11명이 다리에서 투신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했다. 다리 난간(1.3m)이 올라타기 쉬운데다, 자동차 전용도로임에도 차량을 타고 다리로 이동한 뒤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아 제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관련 기관들이 지난 2012년 말 ‘자살 예방을 위한 관계당국 대책 회의’를 열었음에도, 현실적인 대책은 전무한 형편이다. 관계당국은 급증하는 자살 사고의 심각성은 공감하면서도 저마다 “우리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관리책임이 있는 광주국토관리사무소는 “한국시설물안전공단에 업무를 위임했다”, 해당 공단 측은 “우리는 시설만 관리한다”, 목포시는 “목포해양경찰 소관”, 해경은 “투신자 구조나 수색이 우리 몫”이라며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사고가 잇따르면서 ▲CCTV설치 및 감시 ▲순찰 강화 등을 내놓기도 했지만 교량 길이(3.6㎞) 등을 고려하면 , ‘면피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체 사고 중 대교까지 걸어와 투신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보행자의 출입 등 다리 진입을 막는 검문소 운영 방안 등은 검토조차 하지 않아 자살 예방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그물망 설치 등 난간 높이 조정 등 시설 개선 뿐 아니라 (신속한 구조를 위한) 가로등(지점) 별 위치 식별 번호판 부착 및 생명의 전화 설치 등 다양한 예방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현재 마포대교, 한강대교, 원효대교, 광안대교 등에 20대 가량의 ‘SOS생명 전화’가 설치, 운영 중이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목포=김병관기자 dss6116@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