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그해 6월이 되자 교도관에게 왜 석방하여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표현만 놓고 보면 ‘6개월’이 아닌 ‘6월’이므로 그해 6월에 석방되어야 할 터이나 일반인과 달리 법무 관련 종사자들은 의문의 여지없이 모두 ‘6월’을 ‘6개월’로 인식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에서도 ‘6개월’이 아닌 ‘6월’로 가르치고 있고, 모든 판결문에서도 ‘6개월’이 아닌 ‘6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검사도 ‘6개월’이 아닌 ‘6월’로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법무 관련 종사자들 내에서 ‘6월’이 ‘6개월’을 의미한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법률해석이다.

필자가 서울고등법원에서 근무하던 2009년 무렵 부장판사께서 형사판결 주문에 ‘6개월’이 아닌 ‘6월’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물어서 내 딴에는 다들 ‘6월’을 ‘6개월’로 인식하고 있는데 왜 ‘6월’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는지 의아하였다. 당시 시행 중인 형법에 따르면 ‘1월’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므로 입법자가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판사가 임의로 의미에 맞도록 적절한 표현으로 바꿔도 되는지, 판사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러 형사사건을 담당하면서 불현 듯 부장판사님의 말씀이 떠올라 어떤 표현이 맞는지 궁금해 하다가 형법 제42조를 보니 그 조문에는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분명 ‘1개월’이 아닌 ‘1월’로 표기되어 있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여 법률의 연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2010년 4월 15일 해당 조문이 개정되면서 형법 제정 때부터 개정 전까지 옛날 조문에 ‘1월’로 되어 있던 것을 ‘1개월’로 그 표현을 바꾸었음을 알게 되었다. 형법의 개정과 함께 도로교통법 등에서도 ‘1개월’로 표현하고 있다.

한편 일본 형법 제12조 제1항에는 ‘一月’로 표기하고 있으나 그 의미는 ‘한 달(ひとつき)’이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 쓴 우리 어법에는 맞지 않으나 일본식 표현으로는 특별히 잘못이 없다.

법조문의 개정으로 이제 형사판결 주문에서 과거에 ‘월’로 표현하던 것을 ‘개월’로 표기하고 있다. ‘월’과 ‘개월’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글자 하나 가지고 따지고 들 필요가 있느냐고 핀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못 입력된 개념이 잘못된 관념과 인식을 만들고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행동을 유발한다. 입법자에게 일차적으로 현실에 맞는 적절한 개념을 사용하여 법률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으나 그 책무는 입법자만의 것이 아니라 정확한 개념을 사용하여야만 정확한 결론을 낼 수 있는 판사에게도 피할 수 없는 책무이다.

일반인과 전문가의 차이기 있다면 그것은 섬세함의 차이에 있다. 네이버 지식인이 웬만한 법률문제는 모두 해결하여 준다. 심지어 법률 전문가가 아닌 평균적인 지식을 가진 일반인도 법정에서 스스로 변론하고 대법원 판결을 들이대며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니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마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판사의 역할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판사의 역할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판결의 주문에서부터 이유에 이르기까지 그 섬세함에 있어서 판결의 존재이유가 있고 판사만이 그 섬세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판결주문이나 판시 사항만을 중요시한다면 판사는 사실 인정에서부터 논증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여 올바른 결론을 내기 위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비록 글자 하나 차이라고 하더라도 그 용어 사용에 있어 섬세함까지 갖추어진다면 그 판결은 믿을만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