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적십자사에서 익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영강습을 대대적으로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익사사고는 더 늘어났다. 알고 보니 익사는 수영 미숙보다는 음주가 더 큰 원인이었다. 수영을 새로 배운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수영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9월 24일 전남도의회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하는 조례가 통과됐다. 인구 감소를 막고 출산과 양육에 좋은 환경을 위해 공공산후조리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말 그 말이 맞을까? 공공산후조리원이 없어 출산율이 낮고 양육에 지장이 있을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산후조리원이 출산율과 관련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세계에서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문화 수준은 경제발전을 따라 가지 못하는 것 같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것 같은 현상이 자주 눈에 뛴다. 고급차, 명품, 골프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 분야에서도 합리적인 건강관리나 건강사회를 위한 노력보다 과시나 개인 보신 위주의 불필요한 낭비가 심하다. 성형수술 세계1위, 갑상선암 세계 1위가 그 예이다. 의료봉사나 병원선 같이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구태를 답습하는 경우도 있다.

산후조리원도 그런 현상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애 낳고 찬바람 쐬면 뼈에 바람 든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최근엔 출산이 한 가정의 기쁨을 넘어 국가적 경사로 여겨져 산모가 VIP로서 휴가를 갖는 것은 당연시된다. 거의 모든 산부인과병원에 산후조리원이 따라붙어 ‘영업’을 한다. 하지만 사회풍조가 그렇다고 아무런 의학적 근거도 없는 이런 사치성 ‘건강관리’행위에 공공 자원을 투입해야 할까?

의학적으론 분만 후 일상 업무에 빨리 복귀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산후조리원 입원서비스가 의학적 근거가 있다면 건강보험으로 하거나 분만 후 요양기간을 늘리면 된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은 복지가 건강과 무관하다는 말로 인기영합적인 발상이다. 서울 어느 구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지만 그 부자동네는 보건소에도 CT 같은 첨단장비가 있을 정도로 돈이 넘치는 곳이다. 오히려 공공보건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어 본받을 일은 아니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해도 그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 민간 산후조리원에 대한 이용통계(거주별, 사회경제 수준별, 출산 장소별 이용자 수나 이용률)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을 충분히 모르는 상태에서 과연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최소한 사전 모의조사라도 해야 한다. 또 공공시설을 신설하는 것과 그냥 조리비용만을 지원하는 것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오히려 보건소 방문간호 사업을 강화해 활용하는 것이 정말 산후관리가 꼭 필요한 소외계층을 돕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수익이 있다면 민간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시장논리가 확실히 지배한다. 이런 환경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맞추면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광주·전남지역에 난립해 있는 민간요양병원에 비해 일부 시군에서 운영하며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공공요양병원들이 모두 엄청난 적자를 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매년 예상외의 비용보전이 필요할 수 있다. 관리나 지휘감독을 위해 또 하나의 불필요한 행정 수요도 생겨난다.

인구가 줄고 출산율이 낮은 데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지역의 생산력이 낮으면 아무리 출산율이 높아도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역의 인력 공급기지로 남게 된다. 어떻게 먹고 살 거리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지방 행정 책임자의 으뜸 과제이다. 출산·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사회활동 제약을 없애고 과열된 자녀교육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체제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출산 후 며칠 입원·요양하는 것이 내세울 만 한 타당한 인구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구체적 근거 없이 막연한 기대에 영합하는 행정은 삼가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지푸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