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외과의사인데, 낙상과 관련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사실 전공한 과와는 관계가 없진 않지만, 전문가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고민이 됐다. 그러나 병원 내에서 환자안전 및 질관리 부서를 담당하고 있고, 대단한 전문가 수준엔 못 미치지만 여러 문헌도 찾아보고 가이드라인도 들여다 보는 등 나름대로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단 써보기로 했다.

낙상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았고, 상식과는 다른 부분들도 있었다. 낙상이란 한자 뜻으로는 떨어져 다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낙상이라 함은 단순히 넘어져서 다치는 것을 뜻한다. 길을 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 계단에 걸려 넘어지는 것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낙상을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낙상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노인에게서 잦으며 심각한 손상을 동반하거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중 3분의 1이상이 연간 한번 이상 낙상을 경험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신체 손상 중 50%이상이 낙상에 의한 것이다. 손상의 형태는 머리손상(40.3%)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엉덩이 및 넓적다리 손상, 허리뼈 또는 골반 손상 등의 순이다. 머리손상은 뇌출혈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엉덩이뼈나 대퇴골 골절, 허리뼈손상은 환자가 오랫동안 침상 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욕창이나 폐렴 합병증을 유발시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조사된 바로는 대퇴골 골절이 발생한 경우는 1년내 사망률이 20%를 넘는 등 노인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하다.

낙상 발생 장소는 주거시설이 61.5%, 도로 20.0%, 상업시설 18.5%로 일반 가정집이 가장 많다. 집안에서는 미끄러운 바닥이나 계단, 화장실 바닥의 물이 주된 원인이었으며 도로에서는 물, 눈이나 빙판길, 경사진 지면에서 많이 발생한다.

낙상은 나이가 많을수록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며 주로 사지마비 등 보행 장애나 균형 장애 그리고 어지럼증이 있거나 부정맥으로 실신하는 환자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또, 전신이 쇠약한 환자와 혈압강하제나 수면제, 이뇨제등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 호흡곤란과 간질발작이 있는 환자, 출혈과 관련된 빈혈이나 낙상 경험이 있는 환자도 낙상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음주도 낙상과 관련이 있는데, 전체 낙상원인의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성에서는 18.3%로 높은 편이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실제 낙상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필자가 병원에 근무하면서 낙상환자를 가끔 경험하는데, 상황을 분석해보면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낙상은 조금만 주의하고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예방법이 있지만 현재 대한 노인 재활의학학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규칙적인 운동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운동은 낙상 위험이 높은 사람들 뿐 아니라 가능하면 모든 노년층에서 시행할 것을 권하며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 중 하나이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몸의 균형감을 높여줄 수 있는 운동을 권하며, 점진적으로 단계를 높여가고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최소한 1년에 한번은 복용하는 모든 약을 확인해 불필요한 복용은 줄이도록 하며, 4가지 이상인 경우는 6개월마다 확인할 것을 권한다. 최소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집 안팎의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욕실에 고무판이나 미끄럼 방지 타일을 깔고 욕조나 세면대 옆에 잡을 수 있는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 등받이 없는 의자는 치우고 집안을 밝게 유지하는 것, 바닥의 물건을 잘 정리하여 걸려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