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도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사이버 공격’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소니픽처스는 해커들의 공격을 받고 영화 ‘인터뷰’를 개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미국 내 여론을 고려하여 미국 독립극장을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개봉하기로 하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테러 가능성이 문제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혁신적인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종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는 비단 국가기반시설이나 대기업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해킹’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사이버 범죄는 그 외에도 악성프로그램의 전달 또는 유포, 개인정보 유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한 사기, 음란물의 유포, 명예훼손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또한 사이버 범죄는 익명성, 비대면성, 시간적 공간적 무제약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어 전통적인 범죄와는 다른 양상을 갖게 된다.

사이버 범죄의 특성상 범죄자들은 본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조차 알지 못하거나,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또는 물질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 상에 유명인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게시물이 게재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런 재밌는 글이 있네’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해당 게시물을 다른 블로그, 게시판 등에 옮겨 나르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인해 정보의 전파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반나절 정도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국민에게 소식이 전파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글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전파되는 경우, 과거와 달리 그 전파범위가 광범위하고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피해자들이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혁신적인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기술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나와 내 이웃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선량한 피해자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 해킹과 같은 사이버 범죄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크지 않은 규모의 중소기업들도 위협하고 있으며 회사 경영에 중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해커들이 회사의 서버에 침입하여 중요 기밀 자료를 유출하거나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여 다른 회사들에 판매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는 여러 가지 법률 등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으나, 해커들의 범죄 수법은 점점 지능화하고 있고,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기업들은 손해배상 소송 등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유출 경위, 유출되는 정보의 범위 등에 따라 다르지만, 법원이 1인당 10만원 내지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어, 회사들도 해커들에 대응한 보안강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항상 방패가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이버 공간은 이용자들이 제대로 활용할 때에는 문명의 이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고의이든 과실이든 이를 잘못 활용하면 문명을 파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사이버 상에서 스미싱(Smishing), 피싱(Phishing) 등 다양한 신종 기법들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금융관련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연말 연시를 맞아 새해인사, 연말정산, 선물 등을 약용한 스미싱 유형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는 수사기관에 많은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수사기관에서도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인력을 양성하고 수사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다가오는 2015년 을미년에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문명의 이기를 보다 성숙한 자세로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사이버 범죄가 줄어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필자도 쉼 없이 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