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에 부임하여 공판 업무를 담당한지 어느덧 1여 년이 지났다. 최근 법원에서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재판과 더불어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고 그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었다.

피고인이 차량을 유턴하면서 반대차선에서 정상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차량을 들이 받은 교통사고 사건이었다. 피해자들 및 목격자의 진술, 피해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의 잘못이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이 정상 신호에 따라 유턴을 하였고 상대 차량이 신호위반을 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면서 블랙박스 영상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피고인의 이런 주장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여러 사람이 증인으로 나오는 등 약 2년 9개월의 시간의 소요되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소송절차에 소요된 비용 즉,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을 하였다.

형사소송법은 제186조에서 ‘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이라는 제목하에 제1항에서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91조에서는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라는 제목하에 제1항에서 ‘재판으로 소송절차가 종료되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때에는 직권으로 재판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비용등에관한법률 제2조는 ‘형사소송비용의 범위’라는 제목하에 1. 증인·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 여비 및 숙박료, 2. 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감정료·통역료·번역료, 그 밖의 비용, 3.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및 보수를 소송비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재판에서처럼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거에 비추어 범죄성립이 명백함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것은 방어권을 남용하는 행위로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세금 등으로 조성된 사법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무분별한 재판지연으로 인한 물적·인적 자원의 낭비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에게 지우는 것이 오히려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약식으로 기소되어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사건의 경우 약식명령에 기재된 벌금액을 초과하는 벌금을 선고할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의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은 더욱 그 필요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약하여서는 안 된다. 다만, 피고인의 방어권 남용 사례 방지, 사법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대책으로 소송비용부담 재판의 활용도가 높아지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