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겨울, 보름 남짓 되는 기간 안에 살던 집을 비워주고 새로운 집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적금을 해약하고 부족한 부분은 대출도 받았지만 정작 문제는 빌리기에 적당한 집을 찾는 일이었다. 재판과 판결은 법리에 대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이해의 범주에 판사 개인의 경험이 가미되어 나오는 결과물이고 덕분에 법정에서 임차인들의 주장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지만,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임지를 옮기게 되면서 다시 전셋집 구하기 행렬에 뛰어들었으나, 여전히 집을 구하는 일은 따지고 챙겨야 할 일이 많은 번거로운 일이다. 이제 본격적인 이사철이다. 전셋집을 구할 때 물은 잘 나오는지, 보일러는 이상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하지만 법적으로도 ‘튼튼한’ 건물인지 요모조모 따져봐야 한다.

거주 목적으로 집을 임차하는 경우 이사하여 주민등록을 마치면 집주인 이외의 사람에 대해서도 임대차가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살 권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이라는 것이 생긴다. 이에 더하여 임대차계약서를 주민센터에 가지고 가 확정일자 도장을 받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경매대금에서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이라는 것이 생긴다.

대항력은 이사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주민등록을 마쳐야 한다. 현재 인터넷으로도 주민등록을 할 수 있고, 2015년 7월부터는 인터넷을 통하여 확정일자를 받을 수도 있다. 집에서 계속 살면서 주민등록을 유지하는 것은 대항력을 얻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속시키기 위하여도 필요하므로, 임차인이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면 대항력이 사라진다. 부득이 이사를 하여야 할 경우라면 현재 사는 곳에 있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명령에 따라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기존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사라지지 않는다.

임대차계약을 하기 전에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하여 집주인과 집을 빌려주는 사람이 동일한지와 이미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 이미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집을 임차하는 경우에는 집이 경매되어 집주인이 바뀐 경우 바뀐 집주인에 대하여 임대차가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살 권리, 보증금을 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경우라도 경매에서 집을 산 사람이 대금을 납부하기 전에 임차인이 임차권보다 우선하는 저당권을 변제하여 소멸시키면 대항력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등기부상 근저당권이 있어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보험사에서 대신 보증금을 지급해주는 전세금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입주할 집에 세금 관련 압류 등기가 있는 경우 더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해당 부동산으로 인하여 체납된 각종 세금은 당해세라 하여 경매절차에서 우선적으로 배당되고, 이외의 세금은 부동산등기부상 기재된 압류일자가 아니라 체납국세가 발생한 시점(법정기일)이 권리기준일이 되는데, 현재로서는 부동산등기부상으로 압류세목이나 금액, 법정기일은 확인되지 않으므로 해당 세무서 등에 이를 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다가구용 단독주택의 경우 자신보다 먼저 입주하여 대항력을 갖춘 다른 임차인들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사실 역시 부동산등기부로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계약 당시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에게 정보를 요구하여야 한다.

법원은 향후 부동산등기부에 그동안 위와 같이 부동산등기부만으로 확인되지 않던 체납세금이나 다가구 단독주택의 세입자별 전, 월세내역 등의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추진 중인데, 앞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면 임차인들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