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김모 할머니는 며칠 전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때만 해도 별다른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허리가 너무 아파 꼼짝도 못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허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왜 이럴까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할머니 연세에는 골다공증이 있어서 넘어지면 쉽게 뼈가 부러져요.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 골절이라고, 허리뼈도 낙상 후 많이 부러져서 병원에 오시는 노인들이 많아요”라고 답해 드렸다.

할머니는 또 자식들이 권해서 뼈에 좋다는 멸치도 많이 먹었는데 왜 그러냐며 되물었다. “멸치에 많은 칼슘이 뼈에 좋기는 하지만 운동 부족이나 폐경후 호르몬 불균형으로도 뼈가 약해지고요. 그 외 비타민 D 등의 음식 섭취도 필요합니다. 술, 담배는 안하셔야 하구요. 혹시 할머니 배쪽은 아프지 않으세요?” 질문에 답하자마자 할머니는 곧바로 허리 아프다는데 배는 왜 묻냐며 의아해했다. “허리뼈가 골절되면 허리의 심한 통증 뿐만 아니라 배까지 허리띠를 두른 듯한 통증이 생기기도 해서 여쭌 거예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나 같은 늙은이도 치료는 할 수 있는 거냐”며 걱정을 하셨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늙어서 아프면 노망이 오거나 움직이지도 못하게 돼 결국에는 돌아가시더라며 어두운 기색을 보였다. 검사와 치료 방법, 이후 수술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며 안심을 시켜드렸다.

“할머니 우선 몇 가지 검사를 할게요. 엑스레이(X-ray) 검사, 자녀 분들께 들어보셨겠지만 MRI 검사를 할거예요. 전신 뼈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연세가 있으시니까 골다공증 검사도 해야 돼요. 일단은 좀 쉬시는게 중요해요. 2∼3주 가량 안정을 취하면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진통제 처방받고 약도 드셔야 합니다.” 안정을 취해도 계속 아프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자 할머니는 수술은 무섭다며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것으로, 마취하고 부러진 뼈에다가 의료용 시멘트를 넣어서 굳히는 방식이니 걱정마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그래도 미심쩍은 지 할머니는 ‘그 수술 말고는 다른 건 안해도 되는 지’를 다시 물어오셨다. 그래서 “드물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간혹 허리뼈를 지지해주는 여러 인대나 뼈가 심하게 손상 받아 불안정증이 생길 수도 있고, 하반신 마비나 대소변을 모르고 보는 경우에는 나사못을 허리에 넣어서 고정시키는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노인들에게 낙상은 젊은이들과 달리 생명을 단축할 수도 있는 위험한 사고다. 다리 힘이 약한 노인들은 항상 낙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눈이 내린 뒤 미끄러워진 거리를 걷는 것은 노인들에게 지극히 위험하다. 노인들은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주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빙판길이 아니라도 넘어지기가 쉽다. 비로 인해 미끄러워진 길은 항상 주의해야 하고, 지면에 떨어진 물건을 밟거나 바닥에 깔린 줄도 조심해야 한다. 노인들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 방이나 거실 바닥에 미끄러운 양파망이나 비닐 등이 깔려있지 않도록 치워야 하고, 심지어 신문이나 볼펜 등도 굴러다니지 않게 정리해놓아야 한다.

평소 골다공증이 있거나 뼈와 근육이 약한 노인들은 살짝 미끄러져도 심각한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다친 후 통증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일상생활을 하는 게 병을 키우지 않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