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은 제223조에서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34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의 피해자가 법에 그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고소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진실은 결국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고소할 당시에는 고소인이 진정한 피해자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에서 거짓으로 고소를 하는 사람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일단 고소를 당한 피고소인은, 진실 여부를 떠나 고소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단 피의자의 신분으로 수사의 대상이 된다. 피고소인이 고소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소로 인해 피고소인은 형사입건되어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진정한 범죄 피해자의 고소는 수사의 단서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부당한 고소로 조사를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피의자’로 불린다는 것 자체를 힘겨워한다. 수사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절차라고 설명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은 매우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수사기관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사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고소인의 고소가 허위임을 밝혀내야 하는 책임까지 모두 떠안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허위고소를 추려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 수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나서야 비로소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주장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형법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행위’를 무고죄로 처벌하고 있다. 수사기관을 농락하고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쏟아 다른 중요한 범죄의 수사를 방해한 것을 넘어서 죄가 없는 피고소인이 수사를 받는 동안 노심초사하였을 시간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무고죄는 결코 좌시되어서는 아니 될 중한 범죄이다.

무고 혐의로 조사를 받는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무거운 범죄인 줄은 몰랐습니다. 나중에 취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누구든지 쉽게 고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행위가 가져오는 무거운 결과를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악의적으로 허위고소를 할 당시에는 고소당하는 상대방을 괴롭힐 생각이었거나 또는 민사사건에서의 유리한 지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고행위는 돌이킬 수 없는 올무가 되어 자신을 옥죄어 올 것이라는 점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검사로서, 위와 같이 사회적 해악이 막대한 무고죄에 대하여 엄정하게 대처하여야 할 책무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며, 다시금 무고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