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0회의 절도 전과가 있는 A씨.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처음 교도소 생활을 시작했으니, 마흔 두 살인 A씨로서는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지낸 셈입니다. 그런 A씨가, 이번에는 출소한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대로변 상가건물 2층 주택의 열린 창문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당시 화장실에 있던 B씨는 황급히 자신의 남편 C씨에게 문자를 보내 ‘집안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그리고는 작은 방에 숨어 남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립니다. 다행스럽게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하던 C씨는 10여분 만에 집에 도착해 거실에서 서성이고 있던 A씨를 직접 제압합니다.

그렇게 A씨는 상습절도미수라는 죄명으로 또 한 차례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1심법원의 판단은, ‘여러 차례의 절도 전과가 있는 A씨가, 상습으로, 피해자 B씨의 집에 들어가 작은방과 거실에서 훔칠 물건을 찾던 중 피해자에게 발각되어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1심법원의 판단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10차례의 절도 전과로 인해 절도의 상습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절도의 상습성이 인정되는 이상 A씨가 단순히 주거침입에 그쳤다 할지라도 법리적으로 상습절도미수에 해당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A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경도 정신지체로 인해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A씨가, 수사기록에 편철된 피의자신문조서에서와 같이 사건 당시의 상황에 대해 너무도 상세하게 진술하였다는 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A씨가 저에게 직접 말하는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친구 집인 것 같아 들어가게 되었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절도 전과 10범이라는 A씨의 범죄전력에서 오는 편견을 버리고 이 사건의 실질을 바라봐 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A씨가 앞서 10차례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A씨가 어떤 목적으로 그곳에 들어온 것인지, 그처럼 전혀 모르는 이의 집에 들어온 A씨의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 고민을 가졌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매번 대동소이한 내용들로 처벌받았던 이전 사건들에서 어느 누구라도 A씨의 상태에 의문을 가져주었다면 A씨의 지난 20여년의 인생이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로 점철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아직까지 저는 A씨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A씨는 저한테 고맙다는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A씨에게 가져야 할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직업이나 나이, 성별과 같은 정보들에 의존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또 평가합니다. A씨의 경우에 세상이 A씨를 이해하고 평가했던 가장 주된 기준은 절도 전과 10범이라는 범죄전력이었지요.

얼마 전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선생님께서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신이 담임을 맡게 된 반의 학생들은 항상 착한 애들이었던 것 같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아이들이 착한 아이들이 되어 주었던 건, 그 선생님께서 이전 학년에서의 성적이나 평가로 인해 편견을 갖지 않고, 그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기 때문일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