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106)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
2015년 03월 12일(목) 00:00 가가
그리스 고전미술의 극치 ‘라오콘 군상’
살아갈수록 우리는 무수한 말들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 한 마디에 좌절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작은 구절 하나가 인생을 지탱하는 힘과 구원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관람했던 영화에서도 내용보다도 주인공이 들려주던 헤밍웨이의 명언이 더 인상적이었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고귀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리스 미술의 발견자’로 일컬어지는 독일 미술사학자 요한 요하임 빈켈만(1717∼1768)이 그리스 미술의 특징으로 규정했던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라는 개념이다. 빈켈만은 저서 ‘그리스 미술 모방론’에서 그리스 고전미술을 미술의 규범으로 간주하고 그 이상미의 성격을 조명했는데, 휘몰아치는 격정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예술가의 위대한 영혼을 찬탄했다. 처음 이 구절을 접했을 때, 감히 내 삶의 이상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빈켈만은 고대 그리스의 ‘라오콘 군상’에서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의 이상이 실현되었다고 격찬했다. ‘라오콘 군상’은 트로이전쟁 당시 그리스군의 목마를 성안에 들이는 것을 반대하는 트로이의 신관 라오콘과 두 아들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커다란 뱀에게 습격당하는 순간을 형상화한 것이다. 극심한 고통의 순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조각가의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기록에 따르면, ‘라오콘 군상’은 기원전 1세기 초 로도스섬 출신의 조각가인 하게산도로스, 아테나도로스, 폴리도로스의 합작으로 포도밭에 묻혀 있다가 1506년 발견되었다고 한다. 당시 발굴 현장에 있었던 미켈란젤로는 실로 ‘예술의 기적’이라 감탄하였고, 그의 예술세계는 라오콘군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최고의 미는 고요함의 상태이고, 고요함은 고통과 기쁨 사이 중용의 상태”라고 했던 빈켈만 역시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를 숭배했던 소설가 앙리 베일(1783∼1842)은 빈켈만의 고향 지명인 ‘스탕달’을 필명으로 쓰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
빈켈만은 고대 그리스의 ‘라오콘 군상’에서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의 이상이 실현되었다고 격찬했다. ‘라오콘 군상’은 트로이전쟁 당시 그리스군의 목마를 성안에 들이는 것을 반대하는 트로이의 신관 라오콘과 두 아들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커다란 뱀에게 습격당하는 순간을 형상화한 것이다. 극심한 고통의 순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조각가의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