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다문화가정 여성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해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여성과 결혼 이민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에 이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경제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취업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광주·전남 지역에서 귀화자를 포함한 결혼이민자는 2만 1500여명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베트남 출신이 8310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5921명, 필리핀 2421명, 캄보디아 1363명, 일본 1048명 등이다.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들은 2020년 1만9935명, 2021년 2만371명, 2022년 2만878명, 2023년 2만150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광주일보가 최근 만난 결혼이민자들은 “광주와 전남에 정착하고 싶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고민이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3일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 손흥매(여·40)씨는 취업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광주시 남구 노대동에 위치한 광주남구가족센터를 찾았다.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10여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는 손씨는 “4세인 아들의 양육비와 교육비 등 앞으로 돈이 더 들어갈텐데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해 걱정이다”며 “광주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씨는 한국어 석사학위와 전자상거래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여전히 취업의 장벽은 높았다. 꾸준히 어학원 등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했지만 계약직이었다.

대학 강사를 꿈꾸는 손씨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다 보니 차츰 지역 사회에 어우러질 수 있게 됐고, 꿈도 갖게 됐다”며 “안정적인 일자리만 가질 수 있다면 마음 놓고 광주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이나영씨

베트남 출신 이은하(여·31)씨 역시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4세, 8세, 12세 3명의 아들을 둔 이씨는 ‘육아전쟁’을 치르면서도 틈틈이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결혼 후 한국으로 이민을 온 지 12년차인 이씨도 이주 직후에는 서툰 한국어 탓에 힘든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식당이나 건물 청소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소통이 어려웠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차별에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아들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했고, 한식·일식·중식·양식 4개의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2017년 무렵에는 귀화까지 해 엄연한 한국인이 됐다.

문제는 한국어가 능숙해지고, 각종 자격증을 따도 단순 아르바이트 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씨는 “미용사 자격증을 딴 이후에도 손님들이 ‘외국인을 못 믿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라며 “광주에도 이민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마음을 열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이은하씨

나주에서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이나영(여·35)씨는 전남도의사회 의료봉사단에서 ‘비보험 외국인 대상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 사업 행정과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해당 사업이 이달 말 끝나고 나면 생계를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이씨는 사회복지사를 목표로 나주 동신대에서 사회복지학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나, 자격증을 딴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앞길이 막막하다고 한다.

이씨는 “토픽과 이중언어강사, 컴퓨터활용능력 등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인도 취업이 어려운데 이민자는 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단순한 자격증 수업 외에도 자세한 취업 상담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 이력서 작성이나 전문용어 수업 등 세밀한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