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은 가난과 배고픔으로 조카들이 굶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툴롱의 감옥에서 복역하다 역시 조카들을 염려한 나머지 4차례 탈옥을 시도하였다가 결국 19년의 징역을 살았습니다. 물론 탈옥이라는 새로운 범죄행위가 개입되기는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범죄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감옥에서 19년을 복역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와 반드시 일치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범죄행위와 그에 대한 형벌의 불균형성에 비추어 볼 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장발장법이라고 불리는 형벌조항이 있었습니다. 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4 제1항에서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 또는 그 미수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형법 제329조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볼 때, 위 장발장법은 형법상 절도죄와 그 기본적인 범죄구성요건은 동일하나 그 형에 있어서 벌금형의 부재는 차치하고서라도 다른 감경사유가 없다면 반드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져야 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는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상습성이 인정되는 피고인이라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빵을 한 개 훔치더라도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것이 예상되므로 통상적으로 구속기소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법원은 실제로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상습성이라는 행위의 표지가 개입되어 있기는 하나 그 개념이나 판단의 기준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아무리 경미한 범죄라도 상습성만 인정된다면 예외 없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져야 하는 것이어서, 과연 그것만으로 이와 같은 중한 형벌의 가중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위헌결정과 함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 형법 제329조 미수죄에 관한 부분은 별도의 가중적 구성요건표지를 규정하지 않고 형법조항과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상향 조정하여 형사특별법으로써 갖추어야 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위헌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위 조항은 더 이상 형벌조항으로써의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더 이상 절도죄에 있어서 장발장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가 그 적용을 받거나 적용하고 있는 수많은 법률의 구석구석 어딘가에는 여전히 법체계상 헌법에 위반되는 조항들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위헌조항들은 간통죄의 위헌결정과 같이 국민 법 감정이나 도덕 감정의 변경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당초부터 법익의 균형성을 맞추지 못하여 불합리하였던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보면서 그와 같은 법률조항들에 관하여 끊임없는 의문을 품고 그것을 지극히 개인적인 의문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공론화를 통해 개선시키는 것이 국민의 인권보호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법조인의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