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4월 1일, 검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고 4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처리한 사건 수가 수 천건 남짓은 될 듯 하다. 그 많은 사건들 중에서는 혐의 유무가 애매하여 한참을 고민한 사건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업무를 익혀가면서 사건 처리 방법을 조금씩 배워서인지 고민의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히려 양형에 대하여 고민을 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벌금 10만원의 차이도 당사자에게는 매우 큰 차이이기 때문이다. 일용 노동으로 근근이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처지에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피의자라면 벌금을 마련하지 못해 얼마나 전전긍긍할까.

사건을 처리해 오면서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선처를 바라는 피의자의 눈물을 수도 없이 보다 보니,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도 양형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검사로서 죄를 범한 사람의 혐의를 명백히 입증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므로 피의자 개인의 사정만을 들어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검사로서의 업무는 엄정과 온정 사이에서의 수많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광주지방검찰청으로 오기 전 근무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면서 다각도의 수사를 통해 여죄까지 밝혀내어 A를 구속하였다. A는 범죄 전력이 전혀 없던 직장인이었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몹시 불안에 떨었다. 주임검사로서 A를 조사하면서 좌절한 A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A와 그 배우자를 면담하고 A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A의 현재 사정에 대하여 진심으로 경청하여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A에게 유리한 정황은 최대한 법원에 설명하고 검사 구형에 반영하였다.

광주지방검찰청으로 온 후에 A로부터 연락이 왔다.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어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필자로서는 A가 자신의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게 하고자 하였을 뿐인데 A는 집행유예의 결과가 주임검사의 선처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던 모양이다.

그 연락을 받고 보니 검사 생활 동안 양형으로 고민한 나날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고, 검사로서의 당연한 책무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A의 감사 인사는 아무리 경미한 사건이라도 한 번 더 피의자의 입장에서 고민해 달라는 국민의 요청이자 가르침이었다.

검사로서의 근무할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엄정과 온정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라는 A의 가르침은 잊지 못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