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오전 복면을 쓴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의 두 테러리스트가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풍자신문 샤를리 에브도 본사를 급습하여 총기를 난사하여 1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으로 온 세계는 “Je suis Charlie(나는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하는 무력 행위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프랑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물론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까지 한 목소리로 언론사에 테러를 가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테러리스트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하여 죽을 때 까지 투쟁하겠다(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라는 유명한 볼테르의 말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언론사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세계로부터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고, 사람들은 “나는 샤를리”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광장으로 뛰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샤를리 에브도가 다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게재하며 이슬람교도를 자극했고, 이제는 “Je ne suis pas Charlie(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샤를리가 풍자 만화를 게재하여 사상을 표현하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문화와 종교를 비하하고 증오를 일으킬 수 있는 행동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고, 넓게 인정되어야 하지만 분명 그 한계는 존재한다. 수학이나 물리학에 풀리지 않는 10대 난제가 있는 것처럼 필자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정하는 것이 법학의 난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쉽게 그 난제를 풀어낼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논쟁을 보면 국적, 인종, 성, 종교, 성 정체성, 정치적 견해, 장애, 사회적 위치, 외모의 차이를 이유로 상대방을 폄하하는 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포장 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증오발언(Hate speech)라고 부르면서 범죄 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실제로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증오발언을 범죄로 인정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많은 시간과 목숨을 희생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게 되었고, SNS라는 새로운 통로를 이용해서 자신의 의사를 더욱 편리하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이나 SNS를 보면 증오발언이 넘쳐나고 있는 듯하다. 호남을 홍어로 경상도를 과메기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묵에 빗대어 비하하는 글, 자기의 신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욕설을 써 놓은 댓글은 명백히 증오발언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형법은 아직 증오발언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표현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표현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 생각을 보다 자극적인 언어로 표현한다고 해서 누가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해 또 다른 증오발언을 불러오고,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할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성숙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회교과서에 나왔던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다른 사람에 피해를 준다면 그 행동은 방종”이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