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들어 광주와 전남이 추진하고 있는 시·도 상생 프로젝트가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양 시·도지사가 전격 합의한 광주·전남발전연구원 통합의 경우만 봐도 과거와 같은 경쟁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은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역사적·문화적·지리적으로 한 뿌리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광역시)로 승격하면서 광주와 전남이 분리되고, 2005년 전남도청이 금남로에서 남악으로 이전하면서 행정구조상 완전 분리되긴 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광주와 전남이 둘이라고 생각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호남은 전라도라는 이름으로 한 몸이었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흔히 고려시대에는 왕건의 훈요십조에 의해 전라도가 차별받은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고려 오백년 역사를 두고 전라도출신들이 홀대받거나 차별받은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고려 태조 왕건은 전라도 출신을 중용했다. 고려개국을 도운 최지몽, 도선, 신숭겸 등이 모두 전라도 출신이었고, 나주출신 오씨 부인을 장화왕후로 봉했으며 그녀의 아들은 여러 왕자들을 제치고 2대 혜종이 되었다. 또한 17대 인종은 장흥출신 임씨 부인을 공예왕후로 맞아 공예왕후의 아들이 셋이나 왕위에 올랐다. 장남은 18대 의종, 차남은 19대 명종, 삼남은 20대 신종이었고, 21대 희종과 22대 강종은 그녀의 손자들이었다. 그 후에도 공예왕후의 계열에서 고려 말까지 대대로 왕위를 계승했음을 보면 전라도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전라도는 전주지역이 왕조를 탄생시킨 지역이라 하여 풍패지향(豊沛之鄕)으로 불렸고 도민들도 그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지역에 기반을 둔 왕조에 대한 충성심이 깊어 스스로 국난극복에 앞장섰다. 일례로 임란시 김시민, 최경회, 강희열, 강희보 등은 경상도로 달려가 진주성을 지키다 장렬히 전사했고, 고경명, 고인후 부자 등은 선조의 행궁을 지키기 위해 평안도로 달려가던 중 금산전투에서 전사하는 등 전라도 의병들은 전국을 무대로 싸웠다. 또한 전라도 수군들은 이순신장군을 도와 나라를 지켜 냄으로서 이순신장군도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라고 했으며, 이를 증명하듯 임진공신록에 이름을 제일 많이 올렸다. 말하자면 호남은 고려 이후 조선후기까지 1천년 동안 집권여당의 뿌리였으며 지금처럼 소외도 차별도 받지 않았다.

이렇듯 탄탄했던 전라도가 오늘날 소외와 낙후의 대명사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호남은 지역여건이 비슷한 영남과 함께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성향 속에서 차별과 소외를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시절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한 수도권과 영남권의 집중개발정책으로 호남의 인구유출이 가속화되고, 그 뒤 30여 년간 이어진 영남 정권의 노골적 차별정책으로 불균형이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호남권 지자체들 간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경제논리를 내세워 자치단체 간에 경쟁을 부추긴 정부의 정책에서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광역경제권사업의 경우 지역경제여건이 비슷한 호남권 지자체들은 사업마다 겹치거나 부딪쳤고 그 결과는 소원해 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제라도 광주와 전남이 호남의 미래를 바라보고 상생프로젝트를 추진함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호남의 미래는 호남인들이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고 볼 때, 광주·전남은 물론 전북이 함께 하는 호남권 상생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토대위에서 지역의 새로운 문화와 동력을 창출하고 지역의 인재를 키워 나가는 것이 호남의 미래를 여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