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죄예방에 관한 흥미로운 언론기사를 접했다.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면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에서는 최첨단 범죄예방 시스템인 ‘프리 크라임’(Pre-Crime)이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 경찰에서 과거 범죄정보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범죄의 시간과 장소를 예측하는 범죄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의 범죄 유형과 범행 시간 등을 토대로 경찰에게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시간을 미리 알려줘 경찰이 그 지역에 출동해 용의자의 행동을 감시하고 사전에 범죄를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실제 로스엔젤레스 경찰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강도, 절도 발생률이 2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이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범죄예방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범죄라는 결과 발생의 직전 단계에서 이를 외부적으로 차단할 뿐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에 대한 대처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변화시켜야 함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사람마다 내재된 범죄에너지를 억제하고, 더 나아가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 동기 자체가 싹트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시도를 하기에는 청소년기가 적기이다. 일반적으로 소년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하여 비행에 빠지기도 쉽지만 교정 또한 용이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훈계만으로는 어렵다. 지난 20년간 소년 인구는 줄었지만 소년사건(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자의 범죄)이 그에 비례하여 줄지 않고 있는 현상을 보더라도 그렇다.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14세 때부터 끊임없이 검찰청에 드나들다 처음으로 구속된 17세 소년범을 고심 끝에 풀어준 적이 있다. 그 소년은 내 앞에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테니 제발 엄마랑 같이 살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나름의 진정성이 엿보였고 그 어머니도 간절히 원하여 다시는 검찰청에 오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홀어머니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보호관찰소에서 연락이 왔다. 그 아이가 가출하여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고, 결국 그 소년은 붙잡혀 또 다시 검찰청에 오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일회성 훈계만 하였을 뿐 범죄로 나아가게 된 원인인 ‘결손’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나의 처분은 그 소년이 범죄로 접어들기 전과 똑같은 환경으로 돌려보낸 것에 불과했다. 소년과 어머니는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궁핍하고 고단한 삶 가운데 검사 앞에서의 다짐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던가보다.

가정의 달 5월, 광주지방검찰청에서 상담위원실을 연다. 상담 대상은 주로 소년범이다. 지자체와 교육청, 법사랑위원(구 범죄예방위원)연합회 등으로부터 전문 상담위원으로 봉사할 분들도 추천받았다. 범죄를 저질러 검찰청까지 오게 된 소년범과의 진지한 상담을 통해 과연 그들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재범을 막기 위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무엇일지 다각도로 모색해 보기 위함이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결연을 주선한다. 집이나 공부방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예술치료나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치료를 도울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건강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범죄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은 구성원 모두의 몫이라 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상담위원실 운영과 청소년 보호·지원을 통해 단 한 명의 소년범이라도 재범하지 않게 된다면, 그들을 비행과 범죄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어 장차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면 검찰에서의 소년 상담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범죄예방의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