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지진에서 배우다
2015년 06월 17일(수) 00:00 가가
박 행 순
전남대 명예교수·카트만두대 객원교수
전남대 명예교수·카트만두대 객원교수
네팔에서는 지난 4월 25일, 진도 7.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사망자가 8700 여명, 상해자는 2만 명 이상이라고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수는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횟수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매일 수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을 겪고 있다. 얼마 전의 신문 보도에 의하면 여진이 200회를 웃돌고 산사태가 2000 건 이상이었다.
지진 후 일주일을 넘기면서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정부는 인명구조를 포기하고 수인성 전염병 예방 및 피해복구와 재건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외국 구조대의 철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결정 열흘 뒤인 5월 12일, 진도 7.4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첫 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가옥들이 두 번째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또다시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그간 4500 명 이상의 구조대가 투입되었으나 구출된 인원은 고작 17명이었다.
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 선교사들의 활동은 놀라웠다. 즉시 임시대책본부를 마련하고 한국에서 보내온 후원금으로 쌀, 담요, 생필품들을 구입하여 원근 각처를 다니며 피해자들에게 직접 나누어주었다. 심지어 여성들을 위한 생리대까지 만들어 보냈다. 지금은 초기 구호품 지원 단계를 넘어서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우기에 대비하여 천막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을 위하여 함석 가건물 설치를 하고 있다. 네팔 해비타트에서 진행하는 가건물 설치에 참여한 80 여명의 봉사자들 가운데 우리 교민이 30% 이상을 차지하였다.
필자도 얼마 전에 선교사들과 함께 구호품을 가지고 신두팔촉의 ‘코다리’를 방문하였다. 신두팔촉은 두 번째 지진의 진앙지로서 지각의 요동을 고스란히 받았던 곳이다. 신두팔촉 전역에는 멀쩡한 건물이 거의 없었고,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는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스산한 정적 속에 공포를 느꼈다.
지진 발생시, 협곡 위에서 굴러 떨어진 바위들이 강을 따라 형성된 민가와 운행 중이던 차량들을 덮쳤다. 집채만 한 바위가 집 앞으로 굴러 떨어질 때 얼마나 큰 굉음을 냈을지, 지각과 산을 뒤흔드는 그 요동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지진 후 3주가 지났는데도 길가에는 버스와 트럭, 승용차들이 음료수 캔처럼 구겨진 상태로 방치되어있어서 그 날의 참혹함을 일깨워 주었다.
지난 6일자, 네팔의 주요 일간지인 ‘The Himalayan’ 영문판에서는 ‘지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로 열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인명구조와 구호물품 수납은 단일창구로 한다. 둘째, 외국 구조요청에 앞서 즉각적인 필요에 대한 사정평가가 있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재난관리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재난관리훈련기관의 창설과 비상사태 구호품 저장소, 자료 수집을 위해 지리적으로 세분화된 정보체계, 지진희생자 확인카드 발부 등을 열거하였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정들은 어떤 재난에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
주변국의 활동으로부터도 배울 것들이 있다. 어느 날 공항에 나갔다가 일본, 중국과 우리나라 봉사자들의 입국장면을 보았다. 일장기와 ‘지진구호 물품’이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적힌 박스들을 몇 사람이 운반하고 있어서 일본 구호 팀이 입국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단체복을 입은 일본 봉사자들이 줄지어 행진하듯 걸어 나오는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중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눈에 띠었으나 우리나라는 많은 구호물품들을 가져오는데도 박스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이목을 끌지 못하였다. 중국은 한자가 새겨진 중장비들을 제공하고 곳곳에 ‘중국은 네팔과 함께 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텐트들을 설치하였다. 이런 재난현장에서도 국가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첫 지진 후 신문에서 ‘참치와 마요네즈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쌀과 설탕, 소금이 필요하다.’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카트만두대학 본부 차고에는 매일 구호품이 실려 나가기가 바쁘게 외국에서 보내는 물품들이 다시 쌓인다. 대부분이 쌀이다. 네팔을 향한 세계인의 온정을 느끼게 하는 이 차고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뒤주, 화수분을 연상케 한다.
많은 사상자를 낸 몇 곳을 제외하고 네팔인들은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면서 산 사람들은 내진 설계된 새 건물을 세우고 보다 나은 세상을 살 것이다. 그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 선교사들의 활동은 놀라웠다. 즉시 임시대책본부를 마련하고 한국에서 보내온 후원금으로 쌀, 담요, 생필품들을 구입하여 원근 각처를 다니며 피해자들에게 직접 나누어주었다. 심지어 여성들을 위한 생리대까지 만들어 보냈다. 지금은 초기 구호품 지원 단계를 넘어서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우기에 대비하여 천막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을 위하여 함석 가건물 설치를 하고 있다. 네팔 해비타트에서 진행하는 가건물 설치에 참여한 80 여명의 봉사자들 가운데 우리 교민이 30% 이상을 차지하였다.
지난 6일자, 네팔의 주요 일간지인 ‘The Himalayan’ 영문판에서는 ‘지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로 열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인명구조와 구호물품 수납은 단일창구로 한다. 둘째, 외국 구조요청에 앞서 즉각적인 필요에 대한 사정평가가 있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재난관리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재난관리훈련기관의 창설과 비상사태 구호품 저장소, 자료 수집을 위해 지리적으로 세분화된 정보체계, 지진희생자 확인카드 발부 등을 열거하였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정들은 어떤 재난에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
주변국의 활동으로부터도 배울 것들이 있다. 어느 날 공항에 나갔다가 일본, 중국과 우리나라 봉사자들의 입국장면을 보았다. 일장기와 ‘지진구호 물품’이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적힌 박스들을 몇 사람이 운반하고 있어서 일본 구호 팀이 입국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단체복을 입은 일본 봉사자들이 줄지어 행진하듯 걸어 나오는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중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눈에 띠었으나 우리나라는 많은 구호물품들을 가져오는데도 박스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이목을 끌지 못하였다. 중국은 한자가 새겨진 중장비들을 제공하고 곳곳에 ‘중국은 네팔과 함께 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텐트들을 설치하였다. 이런 재난현장에서도 국가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첫 지진 후 신문에서 ‘참치와 마요네즈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쌀과 설탕, 소금이 필요하다.’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카트만두대학 본부 차고에는 매일 구호품이 실려 나가기가 바쁘게 외국에서 보내는 물품들이 다시 쌓인다. 대부분이 쌀이다. 네팔을 향한 세계인의 온정을 느끼게 하는 이 차고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뒤주, 화수분을 연상케 한다.
많은 사상자를 낸 몇 곳을 제외하고 네팔인들은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면서 산 사람들은 내진 설계된 새 건물을 세우고 보다 나은 세상을 살 것이다. 그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