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돈을 잃으면 적게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은 것이라고 말한다. 검사는 위 세 가지 중에서 명예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사의 결정이 잘못되면 그 사람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지고, 이는 때로는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검사생활을 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채근담(菜根譚)의 구절인 ‘의정식냉안(宜淨式冷眼·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고 ), 신물경동강장(愼勿輕動剛腸·삼가 굳센 마음을 가볍게 움직이지 말라)’을 마음에 새기면서 냉철한 지혜의 눈으로, 굳센 의지로 사건을 판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검사생활을 하면서 사건처리에서 오로지 실체적 진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사건 관계인을 감복시킬 수 없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떠한 태도로 사건관계인을 대하느냐가 더욱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당(唐)나라 사람인 위징(魏徵)이 군주의 자세에 대해 말한 ‘겸청즉명(兼聽則明·두루 들으면 현명해지고), 편신즉암(偏信則暗·치우쳐 들으면 도리에 어두워진다)’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건처리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의 말을 두루 듣고자 한다면 그 사람을 감복시키면서도 사건의 실체를 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말인 ‘됐고’, ‘그건 내가 잘 모르겠고’라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삼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말을 보다 많이 듣고 사건처리에 반영하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는 ‘배려’라고도 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사건처리의 ‘절차적 정당성’인 것이다.

형사사법절차에서 자신의 권리가 보장되고, 의견이 반영된다면 그 결과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가 있을 것이다. 검찰에서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여 지난 4월 16일부터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형사절차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건관계인을 배려하는 자세로 많이 듣고 사건처리에 반영하고자 한다.

중용(中庸)의 구절인 ‘곡능유성(曲能有誠·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성실함이 있을 것이다) 성즉형(誠則形·성실하면 이는 겉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형즉저 저즉명(形則著 著則明·드러나면 분명해진다), 명즉동(明則動·분명해지면 감동이 있다) 동즉변(動則變·감동이 있으면 변화한다), 변즉화(變則化·변화하면 동화된다), 유천하지성 위능화(唯天下至誠 爲能化·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함만이 세상을 동화시킬 수 있다)’가 말하는 것처럼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자신과 세상을 동화시킬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