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수놓은 거리의 악사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남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좋아서 한다.

색소폰 선율이 여름의 열기보다 뜨겁다. 낭만과 감미로운 추억에 눈과 귀도 즐겁다. 관객이 있으면 더 신나고 없어도 그만이다. 무대도 따로 없다. 아무데나 걸터앉으면 객석이다. 재능 기부로 행복을 나눈다는 보람이면 족하다.

목포에서 가장 먼저 거리공연 씨앗을 뿌린 버스커 장형진(61)씨. 갓바위 인근에서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는 그는 평화광장 2호 매점 옆에서 5년째 감성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6월부터 10월의 마지막 밤까지 우천 시를 제외하고 매일 오후 7∼9시까지 연주한다. 주말 관광객들이 많아 ‘필’이 꽂히면 거리음악에 중독된 관객의 눈동자를 쉬 외면하지 못하고 계속한다.

‘지친 일상, 문화로 위로받자’는 게 그가 버스킹을 시작한 동기다. 정해놓은 레퍼토리도 없고 장르 구분도 없다. 신청곡에 맞춰 즉흥 연주로 꾸며진다.

그는 “연주가 끝날 때 앙코르를 외치는 등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거리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성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수준급 연주를 공짜로 듣는 게 미안하다는 반응들이다. 그래서 연주가 계속될수록 박수소리가 더 커진다.

지난 2010년부터 버스킹을 계속해오면서 팬들도 생겨났다. 3년 전 40대 한 사업가가 사업에 실패해 자살하기 위해 우연히 목포를 찾았다가 연주를 듣고 의욕을 되찾아 지금도 가끔 연락이 온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거의 한 달 동안 계속 찾아와 호전된 사례도 있다.

그는 “음악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힘들고 바쁘더라도 팬들 때문에 연주를 게을리할 수 없다”며 웃는다.

또 문화예술회관 광장 야외무대에서는 전종섭(65)씨가 매일 버스킹을 펼친다.

‘사랑나눔 색소폰 앙상블’ 동호회(회장 정복남) 회원인 그는 재능기부를 위해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주로 그날, 그날 관객들의 기호에 따라 계절에 맞는 곡이나 옛 추억이 서린 곡들을 선사한다.

‘유달산 꽃 축제’나 ‘목포 항구축제’ 등에도 참가해 지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야외 공연이 어려운 겨울철 등에는 양로원과 무료급식소 등을 찾아 재능기부 공연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표출한다.

그는 “노후를 취미 없이 허무하게 늙어가는 선·후배를 너무 많이 봤다”며 “버스킹은 제2의 인생 도약대”라고 예찬론을 편다.

정복남 회장은 “21명으로 구성된 색소폰 동호회 회원들이 이랜드 노인복지관에서 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이달 중에 평화광장, 목포역 광장, 여객선 터미널 등지에서 4차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맘껏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장 절실=버스커들은 한결같이 “관공서에서 인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장 씨는 “세상살이가 어렵고 인심이 각박하다 보니 가끔 소음 민원을 제기할 땐 서글퍼진다”라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지역정서상 아직 버스킹 문화가 정착되지 못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맘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소망한다.

현재 여수시는 ‘버스킹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전국의 인지도 있는 버스커 1300여명을 초청,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부산 해운대구도 버스킹을 살리기 위해 조례까지 제정중이다. 이에 “목포시도 버스킹 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사진 목포=고규석기자 yous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