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에서 오심은 종종 발생합니다. 그 중 유명한 사건이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입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8강전 경기 도중 마라도나는 골키퍼와 경합 중 왼손으로 공을 건드렸고 공은 잉글랜드 골문으로 빨려들어가 그대로 득점이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1로 승리하였고 결국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는 아일랜드와 프랑스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프랑스가 0:1로 뒤지고 있던 연장 전반전 14분,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는 아일랜드 골문 앞에서 패스를 손으로 트래핑한 후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하였고 그 선수는 앙리의 패스를 골로 연결하였습니다. 경기는 1:1로 비겼고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었던 프랑스가 월드컵에 진출하였고, 아일랜드는 본선 진출 실패라는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위 두 경기는 모두 그 상황이 어찌되었건 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인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는 손으로 공을 다룰 수 없다’는 점을 심판이 경기 중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로 인하여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축구팀의 월드컵을 위한 준비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법관의 역할도 스포츠심판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생각됩니다. 경기나 개개의 사건에서 어느 쪽의 행위나 주장이 정해진 규정 속에서 타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주된 역할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지난 2012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법관생활을 시작하여 법관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 배석판사로서 근무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민사 단독판사로 재판장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부장판사를 포함한 법관 3명이 합의를 통해 판결을 선고하는 합의사건과는 달리 단독사건은 원·피고 당사자들이 제출한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에 현출된 주장과 증거를 바탕으로 분쟁의 원인을 파악한 다음,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맞는 법률과 법리를 적용하여 당사자들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을 단독판사 혼자서 담당하게 됩니다. 게다가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되어 2015년 2월 13일부터 접수되는 민사사건 중 소송목적의 값이 2억 원 이하인 사건은 단독판사의 사무분담으로 정해져 단독판사 업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스포츠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며 오심을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재산권과 법적 지위(형사사건의 경우는 생명, 신체의 자유까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판은 오판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파기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1심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거나 법리를 잘못 적용하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에서는 오심을 없애기 위해 비디오판독제 등 발전된 과학기술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 재판은 법관이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는, 과학기술에 의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으로서 서면과 증거를 면밀히 살펴 재판을 진행하고 변론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한 후 다시 한 번 정리된 당사자의 주장과 기록, 관련 자료, 판례 등을 검토하여 판단을 하고 판결을 선고하며, 선고 전날에는 작성하였던 판결문을 기록과 대조해가며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많은 고민이 수반되는 외로운 과정이지만 오류를 없애기 위해 기꺼이 감내하고 있습니다. 많은 판사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2015년 3월부터 7월까지 적지 않은 수의 사건의 판결을 했습니다. 그 중 일부 사건이 항소되었고 광주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단독판사로서 선고한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적은 없지만 잘못된 판단이 없었기를 바라면서 법관에 임용되면서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하였던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겠다’라는 문구를 가슴 한편에 새기며 오늘 하루도 재판을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을 열심히 검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