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육지면 재배지 목포 고하도가 뜬다
2015년 08월 18일(화) 00:00 가가
1902년 목포 영사로 부임한 와카마쓰 1904년 첫 시험 재배 성공
2013년 목화밭 조성 … 육지면 재배 111주년 기념 내달 국제회의
해상케이블카와 연계 스토리텔링·체험 행사 등 관광상품화 필요
2013년 목화밭 조성 … 육지면 재배 111주년 기념 내달 국제회의
해상케이블카와 연계 스토리텔링·체험 행사 등 관광상품화 필요
목포시가 지난 2013년 고하도에 조성한 목화밭 전경. 오른쪽 위는 만개한 목화꽃.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 현장인 고하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고하도는 1904년 국내 최초로 육지면이 재배된 발상지라는 의미와 함께 목포항에 목화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목포시가 전국 3대항 6대도시로 명성을 떨치게 된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고하도에 서린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는 스토리텔링과 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목포시가 유달산∼고하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적극 추진 중이어서 이 같은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육지면 발상지인 고하도 현지를 찾아 목화에 얽힌 의미와 상징성을 살펴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방안 등을 짚어봤다.
◇‘육지면 발상지’ 의미와 상징성=행정구역상 목포시 달동인 고하도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을 격파한 이충무공이 함선 정비를 위해 107일간 주둔한 전략요충지이면서 동시에 일본인에 의해 국내 최초로 육지면이 시험 재배된 육지면 발상지로, 역사적 관점에서 ‘양날의 칼’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목화는 문익점이 붓통에 숨겨 들여온 재래면(아시아면)과 개량 품종인 육지면으로 나뉜다. 재래면은 섬유가 짧아 방직원료로 부적합한 반면, 육지면은 섬유가 가늘고 길며 강하고 질겨 광택이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서 육지면 재배는 1904년 목포주재 일본 영사 와카마쓰 우사부로(若松兎三郞)가 고하도에서 시험 재배한 것이 효시다.
1902년 5월 목포 영사로 부임한 와카마쓰는 같은 해 7월부터 목포 인근의 면화재배 상황을 조사했다. 그가 1903년 1년 동안 기후조건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맑음 264일, 구름 60일, 비 36일, 눈 6일로 육지면의 파종부터 수확까지 기간인 5월∼10월까지 목포지방의 정오 평균 기온이 21.7℃로 조사됐다. 면화 성장기인 7월은 27.8℃, 8월은 30.6℃, 9월은 29.4℃로 높아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기후·토질 등 생육환경 면에서 고하도가 적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본 농무성으로부터 미국종 등 면 종자 13종을 교부받아 야마자키 도사부로(山崎藤三郞)에게 위탁해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당시 목포에는 266세대 1045명의 일본인이 거주했고, 고하도에는 20호에 달하는 주민들이 면화를 재배하고 있었다.
시험 재배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06년 면화재배협회가 창립되고 면작 시험장(현재 목포시청 자리)이 설치됐다. 당시 고하도를 비롯한 전남 서남권 일대에서 생산된 면화가 국내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할 만큼 번창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면화는 주로 무안·해남·군산에 건립된 면 생산 공장을 거쳐 전량 일본으로 수탈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로 인해 목포지방은 ‘삼백(三白-목화, 소금, 쌀)의 도시’로 전국에 명성을 떨쳤고, 목포항에 물동량이 늘면서 전국 3대항 6대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고하도(달동 780―18번지) 이충무공 유적지 모충각 주변에는 ‘조선육지면발상지(朝鮮陸地綿發祥之地)’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면화장려 30년 기념회가 1936년에 건립한 것으로, 비 뒷면에는 ‘명치37년(1904년) 목포주재 일본 영사 若松兎三郞씨 此二初 メテ육지면 경작 ス’라고 새겨져 있다. 이 기념비는 종전 이후 방치되어 오다가 2008년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인정돼 다시 세워졌다.
목포시는 2013년에 달동 863번지 일대 2312㎡에 목화밭을 조성해 육지면 시험재배 109년 만에 고하도에 면화의 꽃이 다시 피기 시작했다.
시 관광과는 조선육지면발상지 기념비와 목화밭을 관광코스로 지정하고 인부 3명을 고정 배치해 관리해오고 있다.
◇ 관광 상품화 방안은=이 같은 역사적 상징성을 배경으로 고하도를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공교롭게도 나가노 신이찌로우 (長野愼一朗) 교수다. 현재 대동문화대학 명예교수인 그는 한국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인물로 육지면 발상지 고하도에 대한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나가노 교수는 “고하도에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21세기 목포가 살 수 있는 길은 관광에 있다”면서 “육지면 첫 재배지라는 상징성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관광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고하도에 다수 분포된 무화과 밭이 예전에는 모두 목화밭이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목포시가 그 손해를 보전해준다면 대단위 목화밭 조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목화에서 실을 뽑아 면을 생산하는 과정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완성된 면 소재 제품을 판매하는 기념품판매장 등을 설치한다면 이색적이고 독특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고, 나아가 해상케이블카와 연계시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목포시도 고하도에 얽힌 역사적 상징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 관광과는 2015년 고하도 육지면 재배 시작 111주년을 기념해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회의 개최할 계획이다.
9월말로 예정된 이번 국제회의에는 일본에서 에토 세이시로 중의원 의원, 와카마야 요시부미 전 조일신문 주필,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 등이 참석하고 미국에서는 김유배 성균관대 명예교수, 한국 측 대표로는 라종일 전 주일대사, 김정년 서울대 명예교수, 김충식 가천대 교수 등이 참가한다.
박홍률 시장은 “고하도의 역사적 중요성이 간과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번 국제회의를 계기로 육지면 발상지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관광이벤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움 주신 분=김장흥 전 목포시 서기관, 김만수 학예연구관)
/목포=고규석 기자 yousou@
고하도는 1904년 국내 최초로 육지면이 재배된 발상지라는 의미와 함께 목포항에 목화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목포시가 전국 3대항 6대도시로 명성을 떨치게 된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고하도에 서린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는 스토리텔링과 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육지면 발상지인 고하도 현지를 찾아 목화에 얽힌 의미와 상징성을 살펴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방안 등을 짚어봤다.
◇‘육지면 발상지’ 의미와 상징성=행정구역상 목포시 달동인 고하도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을 격파한 이충무공이 함선 정비를 위해 107일간 주둔한 전략요충지이면서 동시에 일본인에 의해 국내 최초로 육지면이 시험 재배된 육지면 발상지로, 역사적 관점에서 ‘양날의 칼’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국내서 육지면 재배는 1904년 목포주재 일본 영사 와카마쓰 우사부로(若松兎三郞)가 고하도에서 시험 재배한 것이 효시다.
그는 기후·토질 등 생육환경 면에서 고하도가 적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본 농무성으로부터 미국종 등 면 종자 13종을 교부받아 야마자키 도사부로(山崎藤三郞)에게 위탁해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당시 목포에는 266세대 1045명의 일본인이 거주했고, 고하도에는 20호에 달하는 주민들이 면화를 재배하고 있었다.
시험 재배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06년 면화재배협회가 창립되고 면작 시험장(현재 목포시청 자리)이 설치됐다. 당시 고하도를 비롯한 전남 서남권 일대에서 생산된 면화가 국내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할 만큼 번창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면화는 주로 무안·해남·군산에 건립된 면 생산 공장을 거쳐 전량 일본으로 수탈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로 인해 목포지방은 ‘삼백(三白-목화, 소금, 쌀)의 도시’로 전국에 명성을 떨쳤고, 목포항에 물동량이 늘면서 전국 3대항 6대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고하도(달동 780―18번지) 이충무공 유적지 모충각 주변에는 ‘조선육지면발상지(朝鮮陸地綿發祥之地)’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면화장려 30년 기념회가 1936년에 건립한 것으로, 비 뒷면에는 ‘명치37년(1904년) 목포주재 일본 영사 若松兎三郞씨 此二初 メテ육지면 경작 ス’라고 새겨져 있다. 이 기념비는 종전 이후 방치되어 오다가 2008년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인정돼 다시 세워졌다.
목포시는 2013년에 달동 863번지 일대 2312㎡에 목화밭을 조성해 육지면 시험재배 109년 만에 고하도에 면화의 꽃이 다시 피기 시작했다.
시 관광과는 조선육지면발상지 기념비와 목화밭을 관광코스로 지정하고 인부 3명을 고정 배치해 관리해오고 있다.
◇ 관광 상품화 방안은=이 같은 역사적 상징성을 배경으로 고하도를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공교롭게도 나가노 신이찌로우 (長野愼一朗) 교수다. 현재 대동문화대학 명예교수인 그는 한국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인물로 육지면 발상지 고하도에 대한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나가노 교수는 “고하도에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21세기 목포가 살 수 있는 길은 관광에 있다”면서 “육지면 첫 재배지라는 상징성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관광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고하도에 다수 분포된 무화과 밭이 예전에는 모두 목화밭이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목포시가 그 손해를 보전해준다면 대단위 목화밭 조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목화에서 실을 뽑아 면을 생산하는 과정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완성된 면 소재 제품을 판매하는 기념품판매장 등을 설치한다면 이색적이고 독특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고, 나아가 해상케이블카와 연계시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목포시도 고하도에 얽힌 역사적 상징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 관광과는 2015년 고하도 육지면 재배 시작 111주년을 기념해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회의 개최할 계획이다.
9월말로 예정된 이번 국제회의에는 일본에서 에토 세이시로 중의원 의원, 와카마야 요시부미 전 조일신문 주필,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 등이 참석하고 미국에서는 김유배 성균관대 명예교수, 한국 측 대표로는 라종일 전 주일대사, 김정년 서울대 명예교수, 김충식 가천대 교수 등이 참가한다.
박홍률 시장은 “고하도의 역사적 중요성이 간과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번 국제회의를 계기로 육지면 발상지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관광이벤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움 주신 분=김장흥 전 목포시 서기관, 김만수 학예연구관)
/목포=고규석 기자 yous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