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열리는 중국의 열병식이 연일 화제다. 열병식이란 부대를 정렬시켜 복장, 장비, 사기, 훈련상태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부대의 검열, 국가의 내빈이나 VIP의 환영·환송 시에 실시하는 것이다. 통상 차를 타거나 도보로 부대 앞을 지나며 군기와 정렬상태 등을 순시하고 사열대에 올라 분열을 지켜보는 순으로 진행된다.

군에 다녀온 사람이면 의장대출신이 아니라도 신병훈련 혹은 각종 검열에서 한두번 쯤 열병식을 준비해 보았을 것이고 그 준비가 얼마나 힘겹고 고된 것인지 잘 알 것이다. 태권도 유단자가 되려면 품세를 익히고 다리를 찢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듯, 열병식 준비 또한 지루하고 힘든 반복에 반복연습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다. 그 날이 오뉴월이든 한겨울이든 탁트인 공간에서 땡볕이나 찬바람을 맞으며 연습해야하고, 공간이 넓을수록, 참여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한다.

중국의 열병식은 1만2000명에 달하는 병력에 러시아, 몽골 등 외국군이 참여하는 규모도 놀랍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탄, 미국·러시아·중국만이 운용하는 전략폭격기와 조기경보기 등 첨단무기가 등장할 예정이라니 TV중계라도 하지 않는지 궁금해진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열병식을 개최하는 중국은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아가자며 국력을 자랑할 테지만 대국굴기의 위용을 보며 감탄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언제부턴가 우리군의 열병식을 본지가 너무 오래된 게 아닌가 싶어서다.

10월이면 으레 열리던 여의도의 행사가 잊혀지고 시가행진을 하는 국군의 당당한 보무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 되었다. 1991년 국군의 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돼 학생들도 직장인도 등교·출근하는 날이 되었고, 문민정부가 등장하면서 계룡대에서 행사를 하고, 시가행진은 5년에 한 번씩 열게 되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없다.

군대는 사기를 먹고사는 조직이다. 이를 아는 스탈린은 독일군에 의해 함락당할 위기에 처한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TV중계까지 명령했다. 늠름한 자국군의 위용에 고무된 소련은 사기가 충천해져 독일군을 퇴각시키고, 히틀러는 열병식이 가진 위력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미군이 재정난으로 병력을 감축하자, 49만 5천명에 달하는 우리 육군 규모가 서방국가 중에서는 최대 규모가 되었다 한다. 그렇다면 규모에 걸맞게 전투력을 갖춰야할 것이고 그 전투력은 우리가 군에 대해 갖는 애정에 비례할 공산이 크다.

‘군’(軍)하면 떠올리던 비민주와 경직된 문화 등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자, 우리의 아들로 여겨 격려를 보낼 때 그들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전사로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목함지뢰로 불거진 대치상황만 보아도 그렇듯 대다수의 우리 군인은 건강한 사고와 애국심으로 뭉쳐있다. 20여년 넘게 홀대하고 무시해왔던 우리 군에게는 많은 월급과 좋은 전투화보다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더 큰 사기진작책이 될 것이다.

달포 후면 맞게 될 국군의 날에는 우리 군의 씩씩한 걸음과 당당한 구령소리가 듣고 싶다.

수만명이 아니라도 좋고 ICBM이 등장하지 않아도 초라하지 않을 우리 군의 열병식이 오늘따라 정말이지 열나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