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중 변호사] 신뢰와 공감
2015년 10월 05일(월) 00:00 가가
얼마 전 우리나라 국민 중 27%만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고, 비리가 만연하다고 알려진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사법부 신뢰도가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굳이 이 기사가 아니더라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비록 불합리하고 부정한 청탁이 전혀 없다고 확언은 할 수 없겠으나, 재판에서 전관의 영향력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재판의 승패가 뒤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어려운 임용 절차를 거친 판사들의 지적 능력과 판단력은 크게 의심할 것은 아니므로, 능력이나 지식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문제는 국민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재판에 관여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공감하는 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1분 동안 진료하는 의사와 10분 동안 진료를 하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가 있다면 환자는 어느 의사를 더 신뢰할까. 비록 1분 동안 진료하는 의사가 다른 의사에 비해서 다소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10분 동안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를 신뢰할 것이다.
최근 필자가 직접 당한 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소송에서 일련의 재판 절차에 당혹스러운 일이 있었다. 소송을 대리하여 수행하는 변호사 입장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불현듯 그 사건의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재판이 억울하고 불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재판부의 고압적인 태도나 언행보다 판사가 사건을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이 국민으로 하여금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재판은 사회에서 발생한 분쟁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절차라는 설명을 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 재판을 통해서 당사자 간 분쟁으로 인한 아픔에 공감하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는지 자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판사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정당한 판결문을 써낸다고 하여도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고무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판사들은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고, 당사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며, 그 반대가 예외라는 사실이다.
또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의 방법, 성공 가능성 및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상담할 때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고, 의뢰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사건 수임을 하기 위해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사건 당사자에게 사건의 진행 방향과 불리할 수도 있는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당사자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로 하여금 선택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불확실한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소송에서 불확실한 부분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고, 결국 재판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도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데, 복잡하게 얽힌 분쟁에서 어찌 긍정적인 답만 받을 수 있겠는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도 한걸음 물러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민사소송은 변론주의 또는 처분권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쉽게 말하면 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판사가 알고 있더라도 그 부분에 대하여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막연히 판사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당사자들이 의외로 많다. 만일 판사가 일방에서 주장하지도 않은 사실을 들어 그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쓴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판사가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점을 막기 위해서 판사에게 중립의무가 있는 것이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사실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면 서로 사정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단순히 사법 시스템의 부조리라고 치부하고 시스템을 바꾸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재판에 관여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공감하는 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1분 동안 진료하는 의사와 10분 동안 진료를 하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가 있다면 환자는 어느 의사를 더 신뢰할까. 비록 1분 동안 진료하는 의사가 다른 의사에 비해서 다소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10분 동안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를 신뢰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판사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정당한 판결문을 써낸다고 하여도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고무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판사들은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고, 당사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며, 그 반대가 예외라는 사실이다.
또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의 방법, 성공 가능성 및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상담할 때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고, 의뢰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사건 수임을 하기 위해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사건 당사자에게 사건의 진행 방향과 불리할 수도 있는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당사자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로 하여금 선택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불확실한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소송에서 불확실한 부분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고, 결국 재판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도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데, 복잡하게 얽힌 분쟁에서 어찌 긍정적인 답만 받을 수 있겠는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도 한걸음 물러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민사소송은 변론주의 또는 처분권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쉽게 말하면 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판사가 알고 있더라도 그 부분에 대하여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막연히 판사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당사자들이 의외로 많다. 만일 판사가 일방에서 주장하지도 않은 사실을 들어 그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쓴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판사가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점을 막기 위해서 판사에게 중립의무가 있는 것이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사실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면 서로 사정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단순히 사법 시스템의 부조리라고 치부하고 시스템을 바꾸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