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님 제가 전과가 많지만 이번 사건은 진짜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검사실에서 수사를 하다보면 피의자로부터 종종 이 같은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피의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검사가 자신에게 전과가 많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경우 피의자의 주장과 같이 피의자가 범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고, 다른 명백한 증거 등이 발견되어 피의자의 주장이 결국 거짓임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수사를 하다보면 피의자에게 전과가 있는 경우 특히 동종 전과나 비슷한 범행수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피의자가 이 사건 범행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초임 때 있었던 사건을 떠올려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중학생인데 둘 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학대하고 괴롭혔다면서 고소를 하였고 확인해 보니 전에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같은 내용으로 학대한 전력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위와 같은 장애가 있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질조사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움이 있었고 다른 목격자도 없었다.

수사과정에서 가해자의 부모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시에 가해자는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었으므로 현장에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정신병원에서 외출이 가능하므로 외출하여 범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병원에 확인을 하여보니 환자가 외출을 하는 경우 대장에 전부 기입을 하게 되어 있는데 범행일시에 가해자가 외출을 한 사실은 없다고 확인이 되었다. 위와 같은 점을 피해자 측에 설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측은 대장에 기입하지 않고 외출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필자는 고민하던 중 병원에 CCTV가 있는지 확인해 보니, 병실에는 CCTV가 없으나 복도에는 CCTV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필자는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을 입회시킨 다음 병원에서 한나절 CCTV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가해자가 복도에 나오는지 확인을 하였고 결국 피해자가 주장하는 모든 일시에 가해자가 병원에 있음을 확인하고 수사를 종결하게 되었다.

그 후 필자는 가해자의 부모로부터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고 끝까지 사건을 조사하여 억울함을 밝혀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에 필자는 가해자의 부모에게 가해자가 이 사건과 같이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더 각별히 보살펴 줄 것을 당부하였다.

피의자의 억울함을 밝히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원동력 중의 하나는 수사기관의 사건 해결의지라고 생각된다. 나 자신부터 다른 사건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등의 핑계로 개개 사건에 있어서 소홀히 한 부분은 없는지, 피의자가 전과가 많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사건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보고 이번을 계기로 초임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한 사람의 억울한 죄인도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