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검사로 임용되기 전 면접시험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유명한 철학자나 소설가, 경제학자의 책들도 많은데 탤런트 김혜자씨가 쓴 책 이름을 덜컥 이야기하다니…. 오래 전에 선물받아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책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가슴에 오래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교육자인 파울로 프레이리의 말을 제목으로 차용한 위 책은 김혜자씨가 배우로 활동하다가 아프리카 등지에서 전쟁과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왔던 10년 간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단돈 100원의 한 끼가 없어 굶주리고 죽음을 맞게 되는 아이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각종 질병과 전쟁에 맞서야 하는 모습…. 화려한 배우의 삶을 뒤로 하고 먼 나라의 아이들이 놓여 있는 비극의 현장을 바라보며 몸서리치는 이야기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위 책의 제목이 자주 떠오른다. 지난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신설되었지만 아동학대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부천 초등생 토막사건’, ‘부천 미라 여중생 사건’ 등의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였다.

모든 아이들이 꽃처럼 살아갈 권리가 있다.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공급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충분한 사랑과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누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 아이들을 때릴 권리가 있는 것인가.

또한, 여성에 대한 범행도 줄지 않고 있다. ‘차량트렁크 여성 납치·살인 사건’, ‘실내사격장 총기탈취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에서부터 가정폭력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과 여성, 아니 모든 사람들은 생명 그 자체로 존엄한 것이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므로 존재 자체로 누구로부터도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

올해 광주지방검찰청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폭력 및 아동학대 사건에 대응하기 위하여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신설되었다. 검찰이 광주·전남지역 여성아동범죄에 대한 컨트롤 타워로서 신속하고 적절한 수사 및 피해자 지원 원스톱 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검찰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반복적 폭력사범에 대하여는 기존의 폭력사범 삼진 아웃제의 기준을 강화하여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내 아이에 대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정당화했던 것은 아닌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며 가정폭력을 그냥 눈감아 왔던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냉정하게 뒤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또 아동과 여성의 보호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혹자는 우리가 그들의 어려움을 모른다는 것 자체가 죄라고 이야기 하였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고통을 모른 채 살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사랑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꽃같이 태어나 꽃처럼 살다 꽃지듯 지니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