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울며 방을 돌아다녔다.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자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행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그런 증상은 없어졌다.

아이가 12살쯤 되었을 때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린이집 다닐 때 선생님 말을 안 들으면 ‘도깨비 방’이라는 컴컴한 지하방에 가둬놓았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이 말을 듣고서 큰아이가 어린 시절 왜 그런 증상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주의력도 높지 못하고 대·소근육 발달이 완성되지 않아 실수를 많이 한다. 하나하나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때 주의할 것은 ‘교육’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과한 반응을 하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새로 발령받은 광주가정법원에서 아동학대사건 재판을 했다. 엄마는 아이가 실수할 때마다 해서는 안 될 말로 어린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고, 구타도 서슴지 않아 머릿속에 피가 고여 있었다. 아이는 그래도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엄마는 전에도 아동학대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기에 아이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을 보듯 명백했다. 아이를 쉼터에 일정기간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사건을 심리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 엄마도 어린 시절 친정엄마로부터 그런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고 했다. 자신이 아이를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아니 오히려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와 같이 학대를 한 것이었다. 안타까웠다. 아동학대는 이런 점에서 무섭다. 행위자가 아이를 위해서, 아이를 사랑해서 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화풀이를 해놓고 다 너 잘 되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이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이런 상황은 이혼사건에서도 발생한다. 이혼을 할 경우 미성년의 자녀가 있으면 친권을 행사할 사람을 정하고, 직접 양육을 하지 않는 비양육 부모에게는 자녀를 면접교섭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협의를 하도록 한다. 보통은 적어도 2주에 한 번씩 만나게 한다. 그런데 면접교섭 협의를 하면서 양육을 담당하는 쪽에서 자녀가 비양육 부모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가 헤어진 엄마나 아빠를 만나고 오면 더 말을 안 듣거나 우울해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생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일 것이다. 헤어진 엄마, 아빠를 보고 오면 그 아픔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를 눌러놓거나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부모의 이혼에 따른 변화에 적응하며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자주 넘어진다. 그렇다고 아이가 넘어져 다칠까봐 아예 걸음마를 배우지 못하게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혼한 배우자를 대면하기가 싫은 마음에 ‘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것은 올바르게 자라나야 할 아이에게 있어 또 다른 의미의 학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광주가정법원에는 지난 1월20일 청사 내에 면접교섭센터인 ‘동심’을 개소했다. 이혼 전·후의 부모와 자녀에게 부모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고도 비양육 부모와 자녀가 면접교섭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이에 대해서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동상담을 지원한다. 희망자로부터 신청을 받거나 이혼재판과 관련해 재판장의 사전처분 등에 의해 진행된다.

광주교육대 미술교육학과 정희남 교수의 재능기부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솔직히 우리 집보다 더 마음에 든다. 게다가 상담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면접교섭위원들로부터 자녀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평일과 토요일에 진행되는데, 조만간 일요일에도 격주로 운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작은 싹에 불과하지만 면접교섭센터 ‘동심’을 통해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가 회복되고, 이를 통해 가정이 회복되는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