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NAST(네팔과학기술협회·Nepal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가 주관하는 ‘네팔과학기술학술대회’에 참석하였다. 1982년에 발족한 NAST가 주관하는 과학기술 촉진 사업 중 하나가 4년마다 개최하여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본 학술대회이다. 첫날, 대회장인 총리의 촛불 점화로 시작한 학회의 주제는 ‘과학, 기술, 그리고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네팔의 개발도상국 진입’이었다. 18개 국에서 참석한 인원이 1000 명을 웃돌고, 116편의 포스터를 포함한 600 편의 논문을 3일 동안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발표하였다.

NAST가 배포한 소책자에 의하면 네팔 정부는 UN에서 분류한 48개 저개발국(Least Developed Country) 분류에서 벗어나 2022년까지 개발도상국 진입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작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진도 8.1과 7.9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We build back bett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건을 넘어서 천재를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하여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혁신적 정책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네팔의 현실이 우리나라가 1997년 IMF사태를 맞고 국가적 위기를 겪으면서 온 국민이 힘들어 했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나라는 위기탈출과 함께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해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할 필요가 절실했듯이 지금 네팔이 그런 때이다.

나는 개발도상국 진입을 국가적 목표로 삼고 네팔의 과학기술인들, 정책입안자들이 참석하는 이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정책’을 소개하는 것이 사명처럼 느껴졌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IMF 사태까지의 한국 시대별 상황들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육성법’이 제정되고 5년 단위의 3단계가 각각 어떤 목표로, 어떤 성과를 내면서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하였다. 2018년에 끝나는 마지막 단계의 비전은 양성이 동등한 기회와 책임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게 한다는 것과 필자가 ‘광주전남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의 센터장으로서 국내외에서 활동한 많은 사진들을 빠르게 넘기면서 박진감있게 설명하였다.

한국정부의 이런 정책은 여성과학기술인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그 잠재력 활용을 강화하여 국가발전에 일조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였고 네팔 정부 역시 자국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지원, 육성하여 개발도상국 진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마무리 하였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한국 정부의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정책 설명을 듣고자 모여들었고 깊은 관심들을 나타내었다. 여성은 전체 인적자원의 절반이고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이다. 여성의 섬세함과 유연성, 가정경제를 운영하면서 자연적, 또는 필연적으로 습득한 리더십, 창의성, 관리능력 등을 가정과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활용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임과 동시에 필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