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추사(秋史) 박물관’ 건립이 무산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추사 박물관 건립의 핵심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작품 확보 방식을 놓고 함평군과 군의회가 이견을 보이면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감정가 200억원대의 추사작품 기증자는 이 같은 함평군과 군의회간 갈등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기증 철회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5일 함평군의회에 따르면 군의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는 이날 제220회 임시회를 열고 함평군이 요청한 201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승인에서 추사박물관 건립에 따른 추사 김정희 작품 구입비 1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함평군의회는 이날 추사 박물관이 기증 받을 추사작품 69점을 35억원에 구매하는 계약 방식으로 변경할것을 요구했다.

함평군은 추사작품 전체 기증 사례비로 35억원을 확정하고 최근 5억원을 지급했으며 나머지 30억원은 올해와 내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5억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함평군은 다만 지난 2010년 제정된 함평 군립미술관운영조례에 기증 사례비 상한액이 작품 평가액의 10%로 돼 있는 만큼 20억원은 기증 사례비로 하고, 조례 상한액을 넘어선 나머지 15억원은 작품 구입비로 지급하는 형태를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평군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월 일반행정위원회를 통해 군의회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나, 군의회에서 갑자기 전체 구매 방식으로 전환하라며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군의회는 기증과 매매를 병행하는 방식은 사실상 ‘꼼수’인 만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작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함평군은 작품 소장자인 안백순 이헌 서예 관장의 의사를 존중해 구입 방법을 일부 변경했으며, 모든 기증 작품은 함평군이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만큼 의회의 주장은 전형적인 ‘집행부 발목 잡기’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구입과 증여(기증)는 소유권을 동일하게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의회가 형식적인 논리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관장은 또 작품 전체 매매계약은 고향발전을 바라는 자신의 뜻이 담겨있지 않은 행태라며 계약 자체를 백지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관장은 앞서 최근 69점 외에도 11점을 추가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함평군 관계자는 “소장자가 200억원이 넘는 작품을 수십억원의 사례비만 받고 기증하는 것은 고향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라면서 “안 관장측은 매매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엔 차라리 제값을 받고 타지역에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교육청은 거점고 건립으로 폐교할 함평여중·고교 부지에 200억원을 투입해 추사 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며, 함평군은 엑스포공원과 함께 전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함평=황운학기자 hw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