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만들어진 한국 최고의 민간정원으로 한해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소쇄원(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0호)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쇄원을 이루는 건물 중 하나인 제월당은 한쪽 벽면 전체가 낙서로 얼룩지다시피 했지만 관리주체인 담양군은 관련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입장료 수입을 받는데만 급급해 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찾은 담양군 남면 소쇄원 제월당. 방문객들은 소쇄원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제월당에 앉아 ‘한국 최고의 민간정원’을 마주하며 감탄사를 외쳤다.

하지만 제월당 왼쪽 벽면을 보는 순간 감탄은 곧 탄식으로 뒤바뀌었다. 제월당 벽면에 날카로운 도구로 새긴 것으로 보이는, 다녀간 이의 이름과 인사말 그리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낙서들이 가득해서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라고 새겨진 낙서도 보였고, 기둥 곳곳도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훼손 흔적이 역력했다.

소쇄원 입구 가득 자리한 대나무의 수난도 마찬가지였다. 마디 곳곳에 ‘○○♡○○’라는 낙서가 새겨져 있었다.

소쇄원 낙서는 몇 달째 방치된 것으로 보이지만 관리주체인 담양군은 정작 관련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쇄원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뒤로 방문객 급증과 함께 낙서로 인한 훼손은 몇 년에 한 번꼴로 반복되고 있다.

전남대 건축학과 천득염 교수는 “소쇄원 훼손은 근본적으로 시민들의 성숙하지 못한 관람의식이 문제지만 입장료를 받는 담양군도 체계적인 관리 계획이나 장기 연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쇄원의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휴식년제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소쇄원을 소유하고 있는 문중과 협의를 끝내면 곧장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담양군에 따르면 지난 한해 소쇄원을 다녀간 방문객은 30만3800여명으로, 담양군은 1인당 2000원의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