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를 들고 고개를 ‘쑤욱’ 하고 내밀어 본다.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여수 안포마을의 담벼락은 낮다. 그 너머 주민들의 집터와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본다. 마당 한구석에 쌓아둔 피조개와 새조개껍질, 그리고 햇볕을 쬐고 있는 마늘은 딱 봐도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수입원임을 짐작케 한다.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빛바랜 파란색 건물이 있다. 과거 동네 구멍가게였을까. 지붕이 딱 어른 키 높이다. 그 앞에 ‘국민학교’ 때나 사용했을 법한 낡은 의자 4개가 놓여있다. 여기가 동네 할머니들 쉼터이자 방문객들의 포토존. 어느 위치에서든 카메라만 가져다 대면 ‘빈티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돌아나와 작은 언덕길을 오른다. 역시 낮은 돌담길이다. 이 동네 집들은 저마다 작은 텃밭이 붙어 있다. ‘츅츅츅츅츅∼!’ 스프링클러가 쉼 없이 돌며 마늘밭을 적신다. 언덕길 끝자락에 서면 좁은 골목길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그 골목을 따라 불어온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을 감싸고 지나간다.

골목 사이로 보였던 하늘색 바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면 너른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갯벌에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는데, 각 구역을 나눠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앞으로 방문객들의 ‘바지락 체험장’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안포마을은 1914년 일제강점기 때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안정마을과 원포마을, 세포마을이 통합되면서 ‘안포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안정리만을 이르기도 한다.

안정리의 순 우리말 이름은 ‘안징이’다. ‘안’은 사물의 안쪽을 뜻하고 ‘징이’는 지역을 말하는 접미사다. 산으로 둘러싸인 안쪽 지역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다시 되돌아 나와 마을입구에 서면 큰 한옥 두 채가 있다. 왼쪽 한옥은 안포마을 특산물인 피조개와 새조개로 마을주민들이 직접 요리한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약 198.3㎡(60평) 규모로, 넓은 조리시설이 완비돼 있고 최대 150여명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옥 건물은 공동숙박시설로 사용되는 곳이다. 약 165.3㎡(50평) 규모의 이 한옥에는 스크린과 빔프로젝터, 마이크 등 시설이 구비돼 있어서 회사 워크숍이나 팀 프로젝트 수행 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안포마을에서는 올해 초 특산품인 ‘피조개를 이용한 천연조미료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건조된 피조개로 가루를 주원료로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천연조미료를 포함한 피조개장(간장), 피조개장아찌 등 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수년간 바닷물 속에서 자란 피조개의 몸속에는 짠 바닷물이 베어 있어 육수를 만들 때 피조개 조미료를 사용하면 소금을 따로 넣지 않아도 자연스레 간이 맞는다고 한다.

아직 일반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는 없는 상태지만, 이른 시일 내 피조개 가공품과 한옥숙박·체험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곳 마을 주민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