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문방구’는 옛말이다. 이제 ‘학교 앞 주먹밥’이 대세다.

목포지역 중·고등학교 주변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 인근에 문방구와 서점이 많았지만, 요즘은 문방구와 서점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신 주먹밥 등을 파는 분식점이 늘고 있다.

목포시 죽교동 인근. 이곳에는 덕인중·고를 비롯한 혜인여·중고, 홍일중·고 등 모두 6개 학교가 밀집돼 있다. 6개 학교의 재학생은 대략 3000여명. 이들이 ‘참새와 방안간’처럼 들리는 곳이 바로 학교 앞 분식점이다. 50m거리에 주먹밥집이 4곳이나 성업 중이다.

중고생들은 매일 아침 ‘10분만 더’ 잠과의 전쟁을 벌인다. 등교시간에 쫓기고 아침을 거르기 일쑤. 이들에게 엄마 손(?) 역할을 해주는 곳이 분식집이다. 이 분식집의 주메뉴가 바로 주먹밥과 컵 밥이다.

특히 주먹밥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겉보기에는 심심해 보이고 무슨 맛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간이 맞아 간간하고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조리가 간편하고 빨리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 대다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탁에 앉으면 입맛도 없을뿐더러 국물 없는 아침 밥상보다는 주먹밥이 훨씬 맛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다소 생소한 ‘컵 밥’은 컵라면에서 따온 것으로, 그릇 대신 컵에 밥을 담아 비벼서 먹는 일종의 비빔밥이다. 들어가는 재료가 만만치 않아 영양 면에서도 결코 아침 밥상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학생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재료들을 첨가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멸치, 떡갈비, 계란, 치즈, 돈가스, 동그랑땡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단, 한 종류의 식재료를 추가할 때마다 500원, 혹은 1000원씩 가격이 추가되는 점은 단점이다.

덕인중 학생들이 즐겨 찾는 번개분식은 상호만큼이나 조리시간도 빨라 시간에 쫒기는 학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6개 학교의 등교시간은 오전 8시. 따라서 오전 7시 20분부터 55분까지가 가장 바쁘다.

학생들이 주로 분식점을 찾는 시간대는 등교시간 직전, 중학생과 고등학생 정규수업 종료 이후 1시간 남짓, 보충수업이 끝나는 시간대 등 하루 세 차례다.

번개분식을 운영하는 조경화(48)씨는 “등교시간 직전에는 밀려드는 학생들로 땀 닦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 아침에는 남편의 손까지 빌리고 있다”면서 “6개 학교 학생의 10∼15%인 300∼500명 정도가 매일 아침 주먹밥을 찾는다”고 말했다.

/목포=고규석 기자 yousou@